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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도 너무 다른 중견기업 통계

지경부 1,422개 VS 중기청 3,000개<br>정책 주도권 잡기위해 인수위 보고 달리 제시<br>범위·수 매몰되지 말고 맞춤 지원 시스템 필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지식경제부와 중소기업청이 각각 1,422개과 2,900여개라는 서로 다른 중견기업 통계를 제시해 혼선을 빚고 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중소ㆍ중견기업 정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갈등이 업무보고 과정에서 극대화되는 모양새다.

14일 인수위와 관련부처에 따르면 중기청은 지난 11일 우리나라의 중견기업 수는 3,000개에 육박한다며 중소ㆍ중견 정책을 일관되고 실효성있게 펴기 위해 청을 장관급 독립기구로 격상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했다. 지금까지는 중견기업 숫자는 지경부가 발표한 1,422개로 발표돼 왔는데 중기청이 이를 뒤집고 별도의 통계를 제출한 것이다.

지금까지 지경부는 2015년까지 3,000개 이상의 중견기업을 육성하고 2020년까지 세계적 기업 300개를 만든다는 '월드클래스 300(World class 300)' 프로젝트 등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인수위 첫 보고자로 나선 중기청이 이미 3,000개 남짓한 중견기업이 존재한다며 지경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 됐다.

이처럼 중기청 통계가 2배 가까이 많은 것은 관계사에 대한 시각 차이 때문이다. 중기청은 지난 2011년부터 기업 쪼개기 폐해를 막기 위해 관계사 제도를 도입했고 1,500여개 기업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이 됐다. 반면 지경부는 중견기업 수를 세면서 관계사를 제외한 과거 수치인 1,422개만을 여전히 제시하고 있다.

관계사 제도란 해당 기업이 속한 기업집단의 전체 규모를 갖고 중소기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즉, 규모나 상한 기준상 중소기업에 속해도 중소기업이 아닌 모회사가 있는 경우 관계회사로 판단해 중소기업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덩치는 중소기업이어도 법적으로는 중견기업으로 분류된다.

중소업계에서는 무려 중견기업 숫자가 1,500개가 차이가 나는 지경부와 중기청의 인수위 보고 이면에는 중견기업 정책 주도권 다툼이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경부가 중견기업 수가 1,422개 밖에 안되므로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데 대해 중기청은 지경부가 중견기업 숫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는 해석이다.

중기청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기존의 중소기업 정책은 물론 지경부의 중견기업 정책까지 가져와 역할과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기청은 이런 방침을 인수위 보고때 적극 설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지경부는 12일 업무보고에서 '인재육성형 중소기업' 키우기, 수출 지원 시스템 강화, 동반성장 확대 등 중소ㆍ중견기업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담아 맞대응했다는 후문이다. 이미 중소ㆍ중견기업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에 타 부처 기능을 흡수하려는 중기청의 주장은 업무 중복을 낳을 수 있고, 현 시스템에서 지경부가 산업 전반의 육성을 주도하며 중기 정책을 확대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같은 부처간 다툼을 보는 업계의 시각은 냉랭하다. 부처 이기주의가 아니라 중견ㆍ중소기업을 키울 수 있는 창의적인 정책경쟁이 먼저라는 목소리다. 전문가들은 차제에 중견기업의 범위와 수에 매몰되지 말고 기술력, 글로벌 시장 경쟁력, 전문성 등을 중심으로 맞춤형 지원시스템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야 특정분야에서 기술력을 갖고 해외로 뻗어 나가는 실질적인 중규모 이상 기업이 많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정책 범위를 명확히해 기업 쪼개기와 같은 편법을 막아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는 전문성이 부족한 대기업의 1차 협력업체도 규모에 따라 정책지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익명의 한 관계자는 "중견기업 정책을 다시 정비하되 누가 하느냐에 앞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 기업들이 따라가도록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며 "일자리를 늘린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가능성이 있는 예비 중견기업을 튼튼하게 키우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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