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 소식에 국내 은행의 정기예금이 12조원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과세 기준금액을 4,000만원에서 2,000만원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정부 방침이 알려지면서 만기 도래한 정기예금이 수시입출금식예금 등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대거 이동한 결과다.
이기연 금융감독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22일 브리핑에서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최근 소득세법 개정으로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까지 늘면서 지난해 4∙4분기 만기 도래 정기예금이 11조7,000억원 감소했다"고 밝혔다.
특히 12월 중에만 지난해 4∙4분기 정기예금 감소액의 80.3%인 9조4,000억원이 빠져나갔다. 이는 올 1월부터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확대 적용됨에 따라 그 이전에 다른 투자처로 자금을 이동했기 때문이다. 소득세법 개정으로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이 하향(4,000만원→2,000만원) 조정되면서 2,000만원 초과분은 원천징수세율(15.4%) 대신 종합소득으로 합산돼 고율의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빠져나간 정기예금은 주로 저축예금∙기업자유예금처럼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한 곳으로 이동했다. 절세상품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잠시 머무르는 대기성 자금이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기연 부원장보는 "지난해 4∙4분기 수시입출금식 예금이 12조5,000억원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같은 기간 정기예금에서 빠져나간 금액이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이동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국내 은행의 원화예수금 잔액은 1,039조3,000억원으로 연중 45조9,000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증가폭은 2011년 중 85조7,000억원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원화대출 잔액은 1,106조4,000억원으로 연중 37조9,000억원 늘었다.
중소기업대출이 461조4,000억원으로 6조5,000억원, 대기업대출은 156조7,000억원으로 26조원 증가했다. 가계대출은 464조5,000억원으로 12조원 늘었지만 증가폭은 전년(24조9,000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경기침체 지속으로 지난해 말 원화대출 연체율은 1.00%로 2011년 말보다 0.11%포인트 올랐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글로벌 경기둔화와 내수경기 부진 탓으로 0.08%포인트 오른 1.18%, 가계대출 연체율은 0.81%로 전년보다 0.14%포인트 증가했다.
지난해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목표치인 1.30%를 소폭 웃도는 1.31%였다.
이 부원장보는 "연말 국내 은행의 집중적인 부실채권 매각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경기부진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늘면서 신규 부실채권이 늘었다"면서 "올해는 국내 경기 상황을 여러모로 고려해 하반기 중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설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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