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환자 중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식이 조절과 운동, 약 복용을 소홀히 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진료시에도 이런 환자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최근에 식사를 규칙적으로 챙기지 않은 탓에 혈당 조절이 안 돼 뇌졸중이 생긴 70대 여성 환자가 있었다.
물론 별 탈없이 수년간 당뇨와 잘 지내온 나이 지긋한 환자들도 있다. 당뇨 관리에 이른바 노익장을 보이는 경우인데 잘 해왔다는 자신감은 좋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당뇨는 연차가 쌓일수록 합병증 발생의 위험이 높아지며 특히 고령인 환자에게서 합병증이 발생하면 회복이 어렵기 때문이다.
당뇨로 인한 만성 합병증은 보통 발병 후 10~15년이 지나서 나타난다. 다리 저림이 증상인 말초신경염, 단백뇨가 증상으로 나타나는 당뇨성 신질환, 눈에 발생하는 망막병증, 발에 나타나는 족부병증 등이 대표적이며 심하면 시력을 잃거나 발을 잘라야 하는 등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당뇨 환자는 평소 합병증 예방에 힘쓰고 정기 검진을 통해 합병증 발생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데 특히 고령의 환자는 당뇨병을 앓은 기간이 긴 만큼 이를 더 꼼꼼히 챙길 필요가 있다.
고령 당뇨 환자의 경우 저혈당에도 취약하다. 저혈당은 혈당이 70㎎/㎗이하로 과도하게 낮아지는 상태로 인슐린 주사제나 설폰요소제와 같은 혈당강하제를 투여 받는 환자에게서 흔히 그리고 갑자기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다. 특히 고령 환자의 경우 식사가 일정하지 않으며 약을 먹었는지 기억하기 어려워 발생이 쉽고 증상도 뚜렷하지 않을 수 있어 대처가 어렵다.
저혈당 발생시 신속한 대처를 위해서는 혈당을 높여줄 수 있는 사탕 등의 응급간식을 구비하고 의식을 잃었을 때 주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당뇨병 환자임을 나타내는 인식표를 지참해야 한다. 특히 평소보다 활동량이 많거나 마라톤ㆍ원정등산 같은 특별한 활동에 나서기 전에는 혈당 체크를 하고 응급간식을 꼭 챙겨야 한다.
고령의 당뇨 환자는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잊어버렸다' '식사를 제때 하지 않아 건너뛰었다'등이 이유인데 약을 먹지 않고 버텨보겠다는 이들도 있다. 이런 환자들에게는 당뇨 약은 췌장에서 인슐린을 만드는 기능을 보호ㆍ유지하며 혈관 손상을 막고 약물 요법은 식사ㆍ운동 요법만으로 혈당 조절이 되지 않는 환자에게 필수적이라는 점을 꼭 강조하고 싶다.
최근에는 혈당 조절이 잘 되고 저혈당 발생도 줄여 주는 약들이 많아졌다. 인슐린 치료도 하루 한 번으로 줄일 수 있어 예전보다 할 만해졌다. 또한 약 복용을 자주 잊는 경우라면 하루 한 번 복용으로 기존의 복합제와 동일한 효과를 내는 복합제 서방정을 처방하고 저혈당 등 부작용을 반복적으로 겪는다면 약의 종류를 변경하거나 용량을 조절하면 된다. 이처럼 약물 요법으로 인해 어려움이 있거나 문제가 발생하면 주치의와 상의해 해결할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