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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터널 끝이 보이나(전국공단 현장취재)

◎조선 4사 수주폭증… 호황구가/원절하 힘입어… 기계·전자도 바닥탈출/거제·울산·창원공단 활기넘쳐/근로자들 “고용불안 남의 얘기”/무선통신제품도 수출 비약성장불황 터널의 끝이 보이질 않고 있다. 그러나 경기의 명암은 분명 엇갈리고 있다. 특히 조선업은 유사이래 최대의 신조선 수주진기록을 세우는 등 호황국면을 맞고 있다. 불황속의 명암을 현장취재로 2회에 걸쳐 조망한다.<편집자주> 경남 거제에 위치한 대우중공업 옥포조선소는 요즘 밤낮이 없다. 수주물량이 밀려있어 24시간을 돌려도 모자랄 정도다. 1백20만평의 야드에 세계 최대규모인 제1도크와 2도크에서 30만톤급 초대형 유조선 등 모두 9척의 선박이 건조중이다. 거대한 철판을 자르고 붙이는 굉음과 불꽃이 현란하다. 옥포조선소는 10월말 현재 44척 3백60만톤, 27억달러 상당을 수주, 올해 목표 22억달러를 이미 초과달성했다. 수주잔량도 68척 4백84만톤으로 99년말까지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 1만1천여 근로자들에게 고용불안은 남의 얘기다. 인사담당 정성립상무는 『근로자들 모두가 경영위기를 극복한 자신감에 차있다』며 『이제는 세계 일등조선소 만들기에 노사가 한마음으로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의 현대중공업도 지난해 도크 2개가 새로 건설된데다 경쟁국인 일본의 수주능력 한계로 선박수주량이 계속 늘어나 공장 전체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 임직원 모두가 일감확보 5백만톤, 수출선 5백만톤의 「5백―5백클럽」에 가입하는 신기록 수립의 기대에 차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터빈발전기 공장까지 완공해 3천명의 인력을 투입하는 등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선박영업부 석홍준 차장은 『수주경쟁 치열로 선가하락이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도크의 증설과 영업망 확충으로 수주금액이 올들어 30억달러를 돌파했다』고 말했다. 석차장은 『선박가격이 바닥세에서 반등, 회복되고 있는데다 원화절하에 따라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4·4분기들어 업체들의 고부가 신규수주도 잇따르고 있어 사상 처음 1백억달러대의 수주를 달성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은 노르웨이 나비스사로부터 7만톤급 드릴십(원유탐사시추선) 2척을 2억4천만달러, 영국의 오일메이저인 BP사에서 30만톤급 초대형유조선 4척을 3억4천만달러에 수주했다. 현대중공업은 미국 R&B사로부터 대형 반잠수식 시추선 1척을 2억5천만달러에 수주했다. 한나중공업도 노르웨이 야레 달 베르게센사로부터 수에즈막스급(15만3천톤급) 원유운반선 2척을 1억4백만달러에 수주했다. 대우중공업은 최근 홍콩의 월드와이드사로부터 30만톤급 초대형유조선 2척을 1억6천6백만달러에 수주했다. 경남 창원의 한국중공업도 발전설비 해외수주의 대폭적인 증가와 엔진부문의 내연발전 프로젝트 수주 호조로 사업장이 활기에 차있다. 1만톤규모의 거대한 단조프레스는 공작물을 쏟아내고 있고 육중한 구조물들의 열처리 작업으로 사업장은 후꾼 달아있다. 윤종규 홍보부장은 『약 15억달러 상당의 인도 발전소 건설사업을 수주하는 등 해외수주가 지난해보다 두배 이상 크게 늘고있다』며 『따라서 사업장 전체가 신바람 경영과 맞물려 활기가 넘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초까지만해도 바닥권을 헤매던 창원공단 입주업체들은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정밀기계와 산업기계, 전기기계 업체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들어 1만4천평규모의 아파트형 임대부지 조성이 끝나 90여개의 중소업체들이 새로 들어서 본격 가동에 들어가고 있고 창원특수강 등 부도로 쓰러졌던 업체들이 공장가동을 재개하면서 점차 활기를 띠고 있다. 경남 창원시 성주동 창원공단 2단지내 델타전자(주)는 LG통돌이 세탁기 부속품을 만드는 데 눈코 뜰새없다. 『95년 기업을 인수할 당시 86명이던 직원이 현재 1백30여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지난해 1백57억원이던 매출액도 올해는 2백억원을 무난히 돌파할 것 같습니다.』 델타전자 김진룡 사장(50)은 2년전 회사를 인수할 당시만해도 회사 형편이 호전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늘기 시작한 LG전자의 세탁기 수출이 10월말 현재 1억달러를 달성한 데 힘입어 델타전자도 불황의 터널을 완전히 벗어났다. 구미공단은 전자산업이 업종다변화를 통해 힘겹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기존 컬러TV와 VCR 등 AV제품 등이 경쟁력 약화로 부진을 면치 못했으나 새로 개발한 17인치 이상 대형 모니터와 TFT―LCD, 휴대무선전화기, PCS 등 무선통신기기 등이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말 현재 15억1천5백11만달러를 기록했던 모니터 수출량이 지난 9월말 현재 21억9백61만달러로 늘었고 3억5천3백52만달러 수출됐던 유·무선통신기기는 3억7천만달러로 증대됐다. 채동익 경북 구미시 통상협력과장은 『지난해 1백억달러 수출을 기록해 자치단체로서 큰 의미가 있었다』며 『올해 수출목표 1백20억달러 달성도 무난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인성 대우중 조선영업본부장/“올 수주량 창립후 최대” 『올해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 93년에 이어 두번째로 일본을 추월하는 수주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우중공업 조선영업본부장인 이인성 상무는 『10월말 현재 신조선 수주량이 1천77만톤으로 1천30만톤을 기록한 일본을 앞서고 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이상무는 『대우중공업의 경우 10월말 현재 44척 3백60만톤(27억달러)을 수주한데 이어 연말까지 50척, 30억달러 이상의 수주가 예상된다』며 『이같은 수주실적은 회사 창립이래 최대규모』라고 설명했다.<최영규 기자> □특별취재반 사회부 최영규·산업부 채수종 기자 울산·창원=김광수 기자 거제·여천=김대혁 기자 구미=박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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