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한계에 다다른 역마진(순이자마진·NIM)을 만회하기 위해 정기예금 금리를 1%대로 낮춘 후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금리로는 사실상 경쟁력을 잃었다고 자인한다. 이 때문인지 시중은행들이 올 들어 내놓는 신규 상품들은 '고객 빼앗기'보다 '고객 지키기'에 방점이 찍혀 있다. 시중자금이 머니마켓펀드(MMF)와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에 쏠리는 상황에서 금리 혜택보다는 이벤트성 상품 출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가장 공격적인 상품을 출시하는 곳은 기업은행으로 이달에만 △신(新)IBK급여통장 △평생든든적금 △더블찬스정기예금 △평생금연적금 등 4개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중 더블찬스정기예금은 원금에 1%의 이자를 보장하며 코스피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최대 7.3%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2%가 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위험을 극히 싫어하는 시중자금을 유치하겠다는 방침이다.
평생든든적금의 경우 매월 일정 불입액을 납부해야 하는 여타 적금 상품과 달리 고객이 불입액을 상황별로 바꿀 수 있어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자영업자들로부터 호응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 상품은 만기가 21년으로 길지만 상품을 해지하지 않더라도 해당 금액만큼의 이자만 제하고 돈을 찾아 쓸 수 있도록 해 고객이 보다 탄력적으로 돈을 운용할 수 있게 했다.
신한은행은 은퇴고객을 위해 우대금리 등을 제공하는 상품개발에 돌입했으며 이르면 오는 4월께 관련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금리 관련 혜택보다는 수수료 우대 등의 혜택에 초점을 두고 상품개발에 나설 방침이다.
새로운 상품 출시 외에 홍보용이나 특정고객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상품' 출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국민은행이 지난달 내놓은 '박인비커리어그랜드슬램기원적금'이 대표적이다. 올 7월까지 가입 가능한 이 상품은 박인비 선수가 브리티시 오픈이나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경우 0.2%포인트의 우대이율을, 두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면 0.4%포인트의 우대이율을 각각 제공한다. 국민은행 측은 박 선수 관련 상품을 지난 2013년부터 출시하며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다. 국민은행이 지난달 출시한 'KB뱅크월렛통장'도 마찬가지다. 이 상품은 급여이체나 KB카드 사용, 공과금 납부 등의 실적에 따라 50만원 한도 내에서 2.0%의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자동입출금기(ATM) 수수료 10회 면제 등을 제공, 온라인에 익숙한 젊은 층을 타깃으로 했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무리를 하면서까지 특판 상품이나 금리우대 상품을 내놓을 계획은 현재 없다"며 "틈새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상품 출시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이 올해 1월 한시적으로 판매한 '당첨부정기예금' 또한 예금 유치보다는 마케팅 성격이 짙다. 이 상품은 1년제 정기예금으로 한 계좌당 가입금액을 500만원으로 제한했다. 추첨을 통해 인천공항 VIP 전용 라운지 이용권을 비롯, 환율 우대쿠폰을 제공하며 여행이 잦은 이용자를 주 타깃으로 했다. 무엇보다 이번 상품 출시로 우리은행의 인천공항 재입점을 고객에게 알릴 수 있었다는 평가다.
연말정산에 '당한' 직장인을 향한 상품도 준비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연말정산과 관련한 세액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상품을 개발, 조만간 내놓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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