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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합병을 한다고?”

석연치 않은 애널리스트의 실수

21일 증시가 열린 9시 무렵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 기업설명(IR)팀으로 매니저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합병을 추진한다는 뉴스가 사실이냐는 것. IR팀 직원들은 어리둥절했다. 골드만삭스 같은 대형 투자은행(IB)을 키우기 위해선 증권사의 자기자본 규모가 3조원 이상 되야 하고 때마침 시장에 매물로 나온 우리투자증권을 대우증권이 인수한다면 승부수를 띄워 볼만하다는 여론이 형성됐던 게 꼭 1년 전이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을 비롯한 5개 증권사가 유상증자를 마쳐 자기자본 규모가 3조원 이상이 됐다. 더 이상 대형 IB 육성을 위해 증권사간 인수합병(M&A)이 필요하다는 이슈가 제기되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그런데 이 같은 합병설이 1년만에 불거져 나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사건의 전개는 이렇다. 이날 9시경 메신저를 타고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합병 추진 기사에 대한 코멘트가 뿌려졌다. 코멘트를 한 사람은 키움증권의 금융 담당 애널리스트인 서영수 이사였다. 서 이사는 “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대우증권이 우투증권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금융의 경우 매각가치 하락이 예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제 M&A에 응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코멘트했다. 이 쪽지를 받아본 펀드매니저들과 기관투자가들은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에 전화해 합병추진설이 사실인지 물었고 이들 증권사는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서 이사는 어떤 기사에 코멘트를 한 것이었을까. 알고보니 서 이사가 코멘트를 단 기사는 한 언론사가 지금으로부터 꼭 1년전인 2011년2월21일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의 멘트를 인용해 대우증권과 우투증권이 합병을 추진중임을 밝힌 기사였다. 코멘트 내용이 논란이 되자 서 이사는 “1년전 뉴스를 보고 코멘트를 한 것”이라며 실수를 인정했다.

금융업종 애널리스트로 시장에 정평이 나 있는 서 이사가 기사 게재일도 확인하지 않고 코멘트를 하는 실수를 저지른 이유는 무엇일까. 서 이사는 “외국계 투자자가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합병설에 대한 기사가 있다며 이에 대한 코멘트를 요청했고 합병 가능성이 낮다고 코멘트를 했는데 이 내용이 메신저를 통해 뿌려졌다”며 “쪽지 내용이 논란이 되어 확인해 보니 1년 전 뉴스에 대한 코멘트를 요청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외국계 투자자는 왜 1년 전 뉴스를 두고 코멘트를 요청한 것일까. 일각에서는 고의적으로 주가를 교란하기 위해 코멘트를 요청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주가는 루머가 돌았던 30분간(오전 9시~9시30분) 우리투자증권이 1.06% 올랐다가 약세로 돌아섰을 뿐 영향이 미미했고 대우증권도 줄곧 약보합권에 머물었다. 의심할만한 외국계 주문도 없었다. 당시 대우증권은 외국인 매매가 없었고 우리투자증권은 장초반 CLSA증권과 SG증권에서 9,000여주의 매수주문이 들어온 것 외에는 특징적인 것이 없었다. 서 이사는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합병 가능성을 문의한 외국계 투자자가 어디인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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