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조조정과 책임경영
입력1999-02-28 00:00:00
수정
1999.02.28 00:00:00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을 들여다보면서 의아하게 느끼는 것은 경영자들에 대한 사항이다. 기업의 다른 부문은 거의 예외없이 변화하고 있는데 경영자들만은 같은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기업들이 현재와 같은 엄청난 고통을 겪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데는 그동안 회사를 이끌어 온 경영인들의 책임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기업의 경영을 실질적으로 지배해 왔던 소유주 경영인들은 부도가 나서 퇴출된 기업을 제외하고는 아직도 건재해 있다. 구조조정에 대해 노동계에서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는 이유 중의 하나도 바로 이러한 부실 경영인의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는 풍토와 구조적인 약점 때문이다.문제해결에 가닥이 잘 잡히지 않을 때 흔히 사용하는 구호로 「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THE BASIC)는 말이 있다. 경영인에 대한 문제도 기본을 생각하면 그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경영인이란 주주들로부터 자산을 위임받아 관리하는 수탁책임을 맡은 사람이다. 위임받은 자산을 잘 관리, 주주들의 부를 가능한 한 크게 늘려주는 것이 그 책임이다. 기업의 가치를 극대화시켜 이를 통해 주식가격의 상승을 도모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까지 우리 기업들의 모습은 그러질 못했다. 기업경영의 목표가 이익창출에 맞춰져 있지 않고 몸집 불리기에만 급급했다. 총자산이익률(ROA)이 제로(ZERO)에 가깝거나 마이너스였음에도 경영권은 그대로 유지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경영을 못해도 자리를 보존할 수 있으니 경영자로서의 자극을 받을 리 없다. 우리 기업 중에는 과거 10여년간 한해도 빼놓지 않고 50억원 이상의 적자를 보았는데도 경영인이 자리에 버젓이 버티고 있는 곳도 있다. 경영인에 대한 교체위협이 없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주주들의 무관심도 크게 작용했다. 30대 재벌그룹 총수의 지분율을 보면 평균 1.5%에 불과하며 계열사가 가진 지분을 포함하더라도 4.5%밖에 되지 않는다. 주주들이 요즘처럼 기업경영의 결과에 대해 관심을 가졌더라면 총수들도 책임경영을 해야 했을 것이다. 물론 상사(商事)관계법이나 제도상의 미비 탓도 있었지만 주주들의 무관심 속에 상호지급보증, 부당내부거래, 상호출자와 같은 온갖 비능률이 경영에 스며들었고 지금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최근들어 소액주주운동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소액주주운동에 관해서는 그 시기나 방향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젠 주주들이 나서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주주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주주의 부를 위해 일할 전문경영인들을 과감히 영입해야 한다. 한국인이나 외국인이나 가릴 것이 없다. GE나 코카콜라·디즈니 같은 회사가 각 부문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계속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도 웰치나 아이베스터 또는 아이스너 회장 같은 이들이 기업을 이끌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익창출이 기대에 못 미치거나 유리알같이 투명한 경영을 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투자를 기피함으로써 일단은 경고를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자본시장을 성숙시키는 지름길이다. 자본조달의 최소 필요조건이 경영의 투명성임을 기업인들에게 깨우쳐주어야 한다. 주주들을 무시하고 독선적인 경영을 하는 경영인을 과감히 교체하는 것도 구조조정의 중요한 부분이다.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