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전문가 긴급좌담] 수출산업 원고 비상
입력1999-01-10 00:00:00
수정
1999.01.10 00:00:00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원화 환율이 시시각각 하락하자 대부분의 우리 기업들이 수출 채산성을 맞추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들은 노(NO)마진 수출, 적자수출에 허덕이고 있다.
유로화 출범과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도 상향조정 움직임, 증시 활황으로 인한 외국 투자자금 유입 등으로 달러화 대비 원화환율은 그대로 방치하면 머지않아 1달러당 1,000원이하로 낮아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대로는 더 이상 적자수출을 할 수 없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외환당국이 환율 안정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거침없이 쏟아지고 있다.
주요 경쟁국인 일본의 엔화 환율이 동반 하락해 다소 위안을 주는 듯하지만 업에서는 큰 기대를 걸고 있지않고 있다. 전체 수출품목의 60%는 엔화 환율 하락과는 거의 무관하다는 분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2년째를 맞는 우리 경제는 수출을 통해 회생의 기반을 마련해야 할 입장이다. 서울경제신문은 환율비상사태를 맞은 수출전선의 현황과 대응방안 등을 점검하기 위해 긴급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에는 한국은행 김삼생외환시장실장, 무역협회 신원식상무, ㈜대우 윤병은 화학사업본부장, 인천 남동공단에서 전자부품을 수출하고 있는 세일전자 안재화사장이 참석했다.
▲申元植무역협회상무=환율때문에 큰일 났습니다. 수출은 계약에서 선적, 결제에 이르기까지 적게 잡아서 3개월이상이 소요되는데 불과 3개월전 1달러당 1,300원선이던 환율이 현재 1달러당 1,150원대로 떨어져 기업마다 적자수출을 피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尹炳恩 ㈜대우 화학사업본부장=그렇습니다. 최근 불과 40일만에 원화환율이 12%가량 움직였습니다. 환율이 너무 심하게 출렁거리다보니 수출 계약을 체결한다는 것 자체가 투기처럼 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장기 수출계약은 12월과 1월에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바이어들은 우리의 외환 상황과 무관하게 지난해 11월 수준의 교역조건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安在和세일전자사장=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최근의 환율 움직임 때문에 수출가격을 결정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지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가격에서 수출을 해야 채산성을 확보할 것인지 전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수출계약을 진행할 수 있겠습니까. 앞으로 벌어질 매번의 상황마다 각각 다르게 대응할 수 밖에 없는데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중소기업들의 수출가격 결정이라는 것이 다소 주먹구구식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환율이 너무 급변하니까 과거 실적 기준으로는 도저히 수출 가격을 결정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金三生한국은행 외환시장실장=최근 환율 강세는 기본적으로 우리경제가 399억달러에 달하는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점과 주식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외국인 자본이 많이 유입되는 등 무역수지 및 자본수지에서 달러 공급을 늘려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 6일과 7일 이틀동안 하루 평균 2,000억~3,000억원의 외국인 투자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됐습니다. 거주자 외화예금만 보더라도 작년말 130억달러였으나 최근에는 100억달러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대부분의 기업이나 외화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들이 달러표시 예금보다 이를 원화로 교환하거나 빚을 갚는데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죠.
또 다른 요인으로는 일본 엔화가 강세를 띠면서 국내 원화의 동반 강세를 유발시키고 있다는 점이지요. 환율은 이밖에도 시장 참가자들의 심리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1·4분기중에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이 투자적격으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환율이 추가 하락할 것이란 심리가 시장에 팽배해 있습니다.
결국 최근 외환시장의 수급구조나 투자심리 양측에서 모두 원화환율 강세를 유도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申元植무역협회상무=환율 강세를 유발시키는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환율 변동이 너무 급박하게 진행되다보니 기업마다 대응할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해 매우 당혹해 하고 있습니다.
무역협회에서 국내 수출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까 40%가량의 기업들은 최근의 환율 변동으로 적자수출에 접어들었으며 6%정도는 수출 자체를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으로의 수출전략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역시 중요한데 현재 34%가량의 기업들은 수출 상담 자체를 중지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한마디로 속수무책인 상황이지요.
이대로 가다가는 수출전략에 커다란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이고 국내 산업기반 전체가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환율은 실물경기의 흐름보다 금융여건이나 정책에 보다 의존한다는 점에서 정부가 좀더 적극적으로 환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판단됩니다만.
▲尹炳恩 ㈜대우 화학사업본부장=덧붙이자면 우리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체제로 편입된 것도 결국은 외환시장 불안정때문 아닙니까. 현재 환율 강세의 배경에는 국제 핫머니의 유입이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들 자금은 언제든지 우리나라를 빠져나갈 수 있으므로 제2, 제3의 외환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핫머니 규제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다소 궁금한 부분은 현재 우리 정부의 가용외환보유고는 490억달러로 발표됐습니다만 국내총생산(GDP)대비 30%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대만 등에 비하면 아직도 적극적으로 늘릴 수 있는 여지는 많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또 이렇게 해서 보유 달러가 많아지면 금융기관 등이 주도적으로 해외투자에 나서는 방식 등을 모색해도 가능할 것 같은데요.
▲金三生한국은행 외환시장실장=외환시장 정책당국자들 역시 환율때문에 수출업게가 매우 곤란한 입장에 처해있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환율 변동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을 십분 이해하고 있습니다.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에서 연일 대책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핫머니 규제 등에 대해서는 IMF체제라는 여건상 투자하겠다고 들어오는 자금을 막을 수도 없고 나가겠다는 자금을 못나가게 할 수도 없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환율 대책을 위해서 정책 당국이 직접 시장에 개입하거나 외화자금의 전반적인 수급 상황을 조절해 달러공급 초과현상을 해소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또 통화정책을 통해 저금리를 유도하고 외환수요를 유발시키는 방안도 있습니다만 어찌됐건 정책당국이 종합적인 대책을 계속 검토 중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申元植무역협회상무=환율과 관련해서는 또 엔화 대비 원화환율 비중이 10대1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시각들이 많습니다만 이는 매우 위험한 시각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이전에는 이 정도의 비율이면 적정하다고 평가할 수 있었지만 현재 우리의 산업기반은 매우 취약해져 있어서 이 정도의 비율로는 수출이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일본 엔화의 추이 및 물가 격차 등을 감안할 때 10대1이 아니라 12대1정도를 유지할 수 있어야 안심할 수 있는 단계지요.
특히 일본제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국내제품은 전체 수출 품목의 40%정도에 그치고 있으며 나머지는 일본이 아닌 중국, 동남아 국가들과 경합을 벌여야 하는 입장입니다. 40%는 아직 괜찮다고 해도 60%는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이지요.
여담입니다만 사카키바라 에이스케(木神原英資) 일본 대장성 재무관은 말 한마디로 일본 엔화의 움직임을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요. 이 때문에 「미스터 엔」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리고 있는데 최근 원화환율 변화를 바라보면 우리나라에서도 「미스터 원」으로 불리울 대표주자가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金三生한국은행 외환시장실장=말하자면 실제 행동이 아닌 구두 개입만으로도 원화를 안정시킬 수 있기를 희망하시는 것입니다만 일본 정부의 경우는 구두개입으로 안되면 실제 행동에 들어갈 수 있는 실력이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는 불행하게도 구두개입만으로 외환시장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지요. 외환 당국자 역시 최근 수차례에 걸쳐 구두개입을 시도해보았습니다만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불과 한시간안에 들통나고 맙니다.
그렇다고 실력행사를 하자니 너무 부담이 크고요. 실제로 원화환율 10원을 올리는데 10억달러 정도가 필요합니다만 그나마도 하루 이틀도 안돼 효력을 상실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환율 안정을 위해 중앙은행이 직접 움직인다해도 일시적인 효과에 그치고 있는 것이지요.
결국은 달러수급을 결정하는 전반적인 여건을 조절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정책 당국에서는 이미 수출입은행 등을 통해 유입되는 외화자금의 유입시기를 지연시키도록 유도하기도 하고 공기업 등의 외화자금 도입을 보류하도록 권유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방식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보니 단기적인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는 것입니다.
▲安在和세일전자사장=중소기업의 현재 입장을 다시 한번 정리해보고 싶군요. IMF체제에 편입된 이후 저희 기업을 포함한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말그대로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각오로 뛰어왔습니다.
그동안 국내 로칼 수출이든, 해외 직수출이든 모든 영업력을 수출에 집중시켜왔었지요. 물론 생존을 위한 움직임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같은 노력들이 수출 확대에 일조했다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최근 자금흐름의 논리에 의해서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은 현실적으로 금융시스템도 취약하고 경쟁력있는 인력도 부족합니다. 여기서 환율 부담으로 수출 의욕마저 잃어버린다면 이를 추스리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중소기업들의 생존 기반이 최악으로 내몰리면 정부 당국이 환율안정을 위해 투자할 때 들어갈 비용 이상의 엄청난 국가비용이 필요할 것입니다.
단순히 외환시장 논리만으로 현재의 환율 움직임에 대처하기보다는 실물 경제, 특히 중소기업들의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해주기를 기대합니다.
▲申元植무역협회상무=일부에서는 기업들에게 환율 타령만 하느냐는 지적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출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점인데 환율 부담으로 현재의 상태가 지속되면 살아남을 수출기업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수입원자재 가격 인하효과, 수출단가 인상 여력, 기술력을 통한 원가절감 등으로 환율 변화를 흡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수입원자재 확보를 위해 현찰을 줘야 하고, 수출단가를 인상시킬 수 있는 입장도 못되며 원가절감 노력은 이미 할만큼 다 해서 여지가 없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외환매매수수료 등 각종 부대비용도 너무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金三生한국은행 외환시장실장=이 자리를 통해 환율 강세로 인한 우리 기업들의 위기 수위가 예상보다 훨씬 높다는 점과 대응방안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을 피부로 확인했습니다.
정책 당국 역시 환율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과 환율의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다양한 대응방안을 마련중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정리=김형기】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