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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간판이 아니라 자신이 몸담고 싶은 분야와 기업 조직문화 등을 고려해 직업을 선택했으면 해요. 큰 조직의 경우 시키는대로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작은 조직이라도 회사와 함께 성장하고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경력에 도움이 되고 보람도 더 크거든요."
홍보업계에서 롤모델로 꼽히는 이미나(41ㆍ사진) 아블라컴퍼니 홍보이사는 최근 취업준비생들이 비슷한 커리어만을 추구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이렇게 조언했다. 회사 이름값보다는 자기 적성을 중시해 직장을 선택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하고 싶은 일을 중심으로 조금만 시야를 넓히면 작지만 괜찮은 회사들이 정말 많다"며 "오히려 대기업과 다르게 중소ㆍ벤처기업에서는 사원이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 졸업 직후부턴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대기업에 지원했지만 나는 좋은 조직문화를 갖춘 회사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대기업에는 지원서도 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정보기술(IT) 벤처기업 홍보만 14년째 맡고 있을 정도로 업계에서는 유명한 베테랑 홍보 전문가다. 90년대 후반부터 홍보업무를 맡기 시작해 각종 모바일 앱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블라컴퍼니를 비롯해 지금까지 수많은 벤처기업이 그의 손을 거쳐갔다. NHN에 인수된 첫눈, 구글에 인수된 태터앤컴퍼니, KT가 사들인 엔써즈 등 그가 몸담았던 회사들은 벤처업계에서 대표적인 성공 투자 사례로 손꼽힌다.
이 이사는 "벤처기업에서의 홍보 담당자는 회사와 외부를 연결하는 유일한 고리가 되며 주로 기술, 인력 등 장점을 최대한 알리는 역할을 한다"며 "그동안 거쳐온 기업들이 대부분 좋은 결과를 맺어 보람을 많이 느낀다"고 밝혔다.
지금은 홍보업무를 천직으로 아는 그지만 처음부터 홍보직에 뛰어들었던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피아노를 배웠던 이 이사는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작은 음반기획사의 매니저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홍보 전문가로서의 커리어는 1998년 사이버토크라는 자연어처리 IT업체에서 근무할 당시 갑작스럽게 맡게 된 것이 그 시작이다.
그는 "처음엔 홍보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는데 막상 일을 하게 되니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누군가한테 알리는 일이 즐거웠다"며 "사람 만나는 것 좋아하고 글 쓰기를 즐긴다면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직업"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 이사가 그동안 IT 벤처기업에서 집중적으로 홍보 커리어를 쌓은 것은 무엇보다 그가 얼리어답터에 가까울 정도로 이 분야에 대한 애정이 크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시절인 1982년부터 컴퓨터를 시작해 1992년 PC통신에 뛰어들고 2002년 블로그를 개시할 만큼 그는 늘 IT 트렌드에 남들 보다 한발 앞서 반응해왔다. 정보검색, 인터넷, 블로그, 동영상 검색, 모바일 앱 등 자신이 관심 있어하는 젊은 아이템의 회사들을 주로 홍보하다 보니 일을 할 때도 열정이 넘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이사는 "과거 몸담았던 검색엔진 서비스회사 엠파스의 경우 처음 입사했을 당시는 서비스를 아직 개시도 안 했을 때로 직원 15명에 서비스 사용자가 한명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곧바로 이용자가 1,000만~2,000만명까지 늘어나는 것을 보며 홍보담당자로서 희열을 느끼기도 했다"며 "웹, 블로그, 모바일 앱 등 늘 최신 IT 트렌드의 시초가 되는 회사에서 커리어를 쌓았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커리어의 끝까지 내가 맡은 IT 홍보업무에 열정을 쏟는 게 목표"라며 "취업을 앞둔 학생들도 자기 분야의 전문가가 될수록 어느 조직에서나 인정받을 여지가 생긴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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