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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포스코] 산은 '구조조정 밀어붙이기'에 "성장성 훼손" 기업들 불만 커져

동부제철 인천공장 中서 러브콜

동부발전당진, 국내기업이 눈독

패키지보다 개별매각 방식 유리

'재무개선' 한진해운·현대상선 채권단 압박에 알짜 사업 내놔


산업은행이 대기업 구조조정 작업에 속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관련 기업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산업은행이 서둘러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다 보니 매각 자산의 가격을 극대화한다는 인수합병(M&A) 원칙이 훼손되고 구조조정 추진 기업의 장기 성장성이 훼손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30일 철강업계 및 M&A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최근 포스코에 제안한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패키지 인수 방안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높다.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개별적으로 매각하는 방안에 비해 패키지 매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자금 수준이 현저하게 낮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동부제철 인천공장은 바오산철강과 안산강철 등 중국 철강업체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철강업체 입장에서는 동부제철 인천공장을 인수할 경우 자국 시장에 남아도는 저가의 열연제품을 들여와 냉연 및 컬러강판으로 가공,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한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

동부발전당진도 올해 안에 착공이 가능한 국내 유일의 석탄발전소로 삼탄·GS에너지 등 국내 에너지 업체들이 인수 후보로 꼽히고 있다. 동부발전당진은 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민간석탄발전사업자로 선정돼 현재 환경영향평가가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실시계획 승인만을 남겨놓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동부제철 인천공장은 중국 철강사들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고 안정적 운영수익이 보장되는 동부발전당진도 국내 여러 대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데 산업은행이 포스코에 수의계약 형태로 패키지 매각을 제안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두 자산을 개별 매각할 경우 인수 희망자들이 몰리며 매각 가격도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이유로 동부그룹도 산업은행의 패키지 매각 방침에 당혹해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산업은행이 포스코에 동부제철 인천공장 인수를 제안한 이유 중 하나로 중국 업체로의 기술유출 우려가 꼽히지만 이 역시 동부그룹이 함께 매물로 내놓은 반도체 업체 동부하이텍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산업은행은 동부하이텍에 대해서는 해외 업체로의 매각 가능성을 열어놓고 노무라증권을 공동 매각주관사로 선정, 독일 보쉬와 미국 글로벌파운드리 등 해외 기업에 매각안내서(티저 레터)를 발송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업체의 해외 매각은 허용하지 않으면서 철강에 비해 기술 수준과 부가가치가 훨씬 높은 반도체 기업은 해외 매각이 가능하다는 산업은행의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해운업계에서도 재무구조 개선 과정에서 채권단의 압박이 지나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벌크선 사업 등 알짜 매물부터 내놓아 회사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한진해운의 경우 벌크 전용선 사업부를 한국벌크해운에 넘겼는데 이 사업은 포스코와 한국전력공사, 글로비스 등 4개 화주와 장기 계약을 맺은 알짜 부문이다. 현대상선도 오는 2028년까지 장기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LNG 사업부를 1조1,000억원에 사모펀드인 IMM인베스트먼트에 팔았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LNG와 벌크선 부문의 매각은 채권단의 압박이 워낙 거세 한진과 현대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당장 알짜가 아니면 인수할 대상이 없다는 채권단의 논리도 맞지만 이후 한진과 현대가 이 같은 알짜 사업을 다시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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