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의 국내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자동차 부품주 철강주에 비상등이 켜졌다. 국내 자동차 업계의 생산량 조정은 국내 공장의 생산성 저하에 따른 물량 이전 성격이 강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자동차 부품주와 철강주에 중장기적으로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최근 대표적인 자동차 부품회사인 현대모비스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낮췄다. KDB대우증권이 35만5,000원에서 32만5,000원으로, 우리투자증권이 37만원에서 35만원으로 내렸다. 이들이 목표주가를 낮춘 것은 주간 2교대제 도입으로 인한 자동차 생산량 감소로 1ㆍ4분기 실적이 악화된 데 따른 것이지만 앞으로의 불투명한 생산량 회복 전망도 함께 녹아 있다.
윤태식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3~4월 차 생산이 줄어든 것은 주간 2교대제 도입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면서도 "국내 생산물량 자체를 줄이기는 어렵겠지만 비중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여 국내 자동차 생산시장은 성장보다 정체되는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현대ㆍ기아차의 해외공장에 동반 진출하지 못한 부품업체들의 성장성 저하는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전월 대비 9.8% 줄었고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0% 감소했다. 올 1ㆍ4분기 국내 자동차 생산은 지난해 동기 대비 3.9% 줄었으며 출하량도 4.9% 감소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업체별로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3월 업체별 생산량은 전월 대비 쌍용차만 13.4% 늘었을 뿐 현대차(-20.7%), 기아차(-10.2%), 한국GM(-3.8%), 르노삼성(-11.2%) 등이 모두 줄었다.
철강ㆍ자동차 부품업계는 국내 자동차 생산량 감소를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구조적 감산으로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부진한 상황에서 해외 공장들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지는 국내 공장의 생산량을 확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한 자동차 부품업체 관계자는 "현대ㆍ기아차 등 자동차 업계가 국내 생산량을 줄이는 대신 해외 생산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다국적 완성차 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하지 못한 부품사들의 실적악화는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국내 생산량 회복이 더딜 경우 장기적으로 소재업체인 철강업계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조선ㆍ건설업계의 수요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나마 수요를 받쳐줬던 자동차마저 생산이 부진하면 이렇다 할 해결책이 없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국내 자동차용 강판 수요가 10~20%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주요 철강제품 수요 산업인 조선ㆍ건설업의 불황이 이어지고 있어 자동차용 강판 판매마저 감소하면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이 최근 계열사인 현대제철을 통해 특수강 공장을 건설하기로 함에 따라 그동안 현대ㆍ기아차에 납품되는 자동차 부품용 특수강을 공급해오던 업체들도 장기적으로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업체로는 세아베스틸ㆍ광진실업ㆍ동일철강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실제 현대차그룹이 특수강 공장 건설계획을 발표한 지난달 29일 세아베스틸의 주가는 8.36%나 하락했지만 현대제철ㆍ현대하이스코 등 현대차그룹 계열의 철강업체들은 29~30일 이틀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조강운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대ㆍ기아차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감산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시장여건상 감산 가능성은 열려있는 상황"이라며 "현대차그룹의 특수강 공장 건설에 따른 철강업계 영향은 일부 업체에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생산량 자체를 줄이는 결정이 나온다면 철강업계 전체로 영향이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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