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와 이동통신, 인터넷 포털, 게임을 비롯해 유통 업체까지 뛰어들면서 간편결제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핀테크(금융+정보기술)가 지급결제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개화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초기 단계부터 한 분야에만 쏠리고 있는데다 핀테크 결합 역시 스타트업이 아닌 대형 정보기술(IT) 업체 위주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온·오프라인 기업 간편결제로 집합=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 제조사를 포함해 이동통신 3사와 인터넷 포털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신세계와 롯데 등 대형 유통사까지 독자적으로 또는 금융사와 협력해 간편결제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온라인·오프라인 할 것 없이 숨 가쁘게 결제 시장으로 모여드는 것이다.
우선 게임 업체인 NHN엔터테인먼트가 이날 KB국민카드와 간편결제 제휴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미 같은 업종인 엔씨소프트 역시 450억원을 투자해 KG이니시스와 결제 시장의 틈새를 노리고 있다.
유통사도 가세하고 있다. 신세계는 자회사인 신세계아이앤씨를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가맹점을 통합한 결제 서비스를 준비 중이며 롯데는 전자지급결제대행(PG) 사업 등을 포함해 결제 서비스 검토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현재 신용카드사와 제휴한 앱카드 방식의 결제 서비스인 삼성월렛에 송금 기능을 얹어 곧 출시할 예정이다. SK텔레콤과 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도 기존 '모바일 지갑' 서비스에 더해 PG사와 손잡은 결제 서비스를 이미 내놓았거나 공개를 눈앞에 두고 있다.
네이버는 쇼핑에 특화된 모바일 검색 체계에 네이버페이를 접목시킬 예정이며 다음카카오는 지난해 이미 선보인 카카오페이와 뱅크월렛카카오의 가입자 수를 더욱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SK플래닛도 오는 3월 시럽페이를 출시해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한다.
◇핀테크 다양화 발목 잡나=일단 결제를 출발점으로 핀테크가 국내 시장에서 시작되고 있지만 한 분야에만 쏠리는 현상은 장기적으로 볼 때 부정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미 세계 핀테크 시장은 간편결제를 벗어나고 있다. 컨설팅 업체 액센츄어에 따르면 지난 2008년 핀테크 전체 사업영역 중 투자비중이 70%였던 지급결제는 2년 뒤인 2010년 50%, 2012년 46%로 점점 줄어 2013년에는 28%까지 떨어졌다.
대신 개인 또는 기업의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금융데이터 분석, 스마트 기술로 금융 서비스를 개선하는 금융 소프트웨어 분야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다. 김종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세계 추세와 비교해볼 때 (국내 핀테크 시장이) 최소한 3~4년 뒤처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쏠림 현상이 발생하는 일차적인 원인은 금융규제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새로운 금융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대출중개나 보험·자산관리 등이 실제 사업 모델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법은 이런 대부분의 사업을 금지하고 있다.
핀테크 주체들의 소극적 형태도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자본력을 갖춘 금융사가 주도적으로 핀테크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과 손잡고 새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해야 하는데 규모가 큰 IT 기업을 중심으로 일단 수익이 나는 결제 분야 제휴에만 나서고 있어서다.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 소장은 "국내 금융사들도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 등에서 스타트업을 지원하지만 이것은 종전의 '스타트업 콘테스트'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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