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규제개혁 '끝장토론'을 계기로 현행 400달러인 면세 한도를 연내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가운데 적정한도를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지난 1996년 설정된 400달러 한도가 지나치게 낮아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거세지만 정작 결정권을 쥔 기획재정부 내부에서는 부정적 기류가 여전하다. 기재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의 3배가 넘는 스위스의 면세 한도가 300달러선에 불과한데 우리만 높이는 게 적절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30일 기재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개 국가의 평균 면세한도는 592달러. 한국(400달러)과 비교해 48%가량 높았다. 일본이 20만엔(1,952달러)으로 가장 높았고 노르웨이(971달러), 호주(804달러), 미국(800달러), 영국(640달러) 등의 순이다. 면세 한도로만 따지면 한국이 OECD 회원국 중 하위권에 속하는 것이다.
하지만 소득 수준을 따져 보면 사정은 다르다. 2012년 기준 한국의 1인당 GDP는 2만2,588달러로 OECD 평균인 4만638달러의 55%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보다 부자나라인데도 면세 한도가 낮은 나라도 적지 않다. 스위스의 경우 1인당 GDP가 7만7,651달러에 이르지만 면세한도는 고작 334달러. 캐나다(1인당 GDP 5만2,203달러) 역시 363달러에 불과하고 이스라엘(3만1,913달러)도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물론 1인당 국민 소득이 한국의 3분의1 수준인 중국이 750달러인 것을 고려하면 면세 한도를 책정할 때 반드시 소득을 따질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재부의 또 다른 고위관계자는 "매년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국내 인구의 15%선에 불과해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고 세금을 하나의 규제로 봤다는 전례가 남을 수 있다는 점도 고민"이라며 "8월 세법개정안 마련 때까지 정부안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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