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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신세계 180도 바뀐 기업문화

롯데, 情 앞세우던 문화서 성과 우선

평생 직장 이미지 없애고 철저한 인사 평가

신세계, 실적중심서 가족적 분위기로

정용진 부회장 "사람이 자산이다" 직원 챙겨

#롯데그룹은 올초 임원 인사에서 무려 90여명이 옷을 벗었다. 보통 20~30명에 그쳤던 예년에 비해 3~4배나 급증한 것은 물론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60여명의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깜짝 놀란 후배들은 물러나는 선배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인사적체가 해소됐다는 안도감 보다는 '남 일이 아니다'는 부담감을 더 크게 느꼈다.

#신세계그룹은 최근 A 임원이 책임지고 있던 신사업 업무에서 기대 이하의 결과가 나왔지만 해당 업무를 계속 맡기기로 했다. 예전 같으면 문책성 인사가 신속하게 이뤄졌겠지만 윗선의 분위기는 사업 초기 단계 인만큼 '조금 더 지켜보자'였다.

유통업계를 대표하는 롯데와 신세계의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큰 과오만 없으면 정년이 거의 보장됐던 롯데는 '정(情)의 문화'에서 실적을 정확히 따지는 '성과 문화'가 자리잡아가고 있는 반면 신세계는오히려 과거 실적 지상주의인 삼성 스타일의 '관리 문화' 대신 '가족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신세계같은 롯데, 롯데같은 신세계'란 말이 회자될 정도다.

우선 롯데의 '신세계 따라잡기'는 급여에서 엿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그룹 임직원(8시간 이상 근무 계약직 포함)의 연 평균 임금은 2010년 2,789만원에서 2011년 3,071만원, 2012년 3,323만원으로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과거 대표적인 '짠돌이' 기업이었던 롯데의 임금 수준이 신세계 등 동종업계 수준까지 개선된 것이다. 하지만 임직원들은 임금 상승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롯데그룹의 한 계열사 관계자는 "급여 수준은 낮더라도 평생직장으로 여겨졌던 과거 일본식 문화에서지금은 실적과 성과에 따라 임직원을 정확히 평가하는 분위기로 변했다"며 "신동빈 회장이 경영 최고 자리에 오른 2011년부터 시작된 변화"라고 설명했다.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지 못하면 부장에서 이사대우로 임원 승진한지 불과 1년 만에 곧바로 퇴출되기도 하고 평직원들도 업무 성과가 나쁘면 경고를 받거나 지방 발령 등 좌천된다는 전언이다. 또한 개개인의 사정을 어느 정도 감안했던 '인간적 인사스타일'도 과거와 달리 철저하게 회사 상황에 따라 단행되고 있다. 롯데마트가 최근 본사 인력의 10%에 달하는 50명을 '비상 경영'을 위해 점포에 재배치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롯데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 관계자는 "회사가 커지고 있는 만큼 승진하는 사람도 늘었고 경쟁에서 밀려 물러나는 이들도 늘었다"며 "롯데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문화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신세계에서는 롯데와 달리 오히려 과거 지배적이었던 성과 지상주의 문화가 옅어지고 임직원을 우선하는 가족적인 문화가 강해지고 있다. 신세계는 1991년 삼성그룹에서 분리 독립한 이후에도 20년 가까이 청렴결백, 더치페이, 실적우선 등 삼성의 대표적인 기업문화를 우선시했지만 정용진 부회장이 2009년말 경영 전면에 나선 지 4년이 넘어가면서 삼성 색채를 지우고 신세계만의 고유 색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신세계 관계자는 "고객 만족에 앞서 임직원 만족이 먼저라는 게 정 부회장의 철학"이라며 "임직원이 행복해야 고객도 기쁘게 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신입사원 연수 행사에서 "당장의 매출과 손익도 중요하지만 우리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사람"이라며 회사보다 직원을 앞에 두겠다는 경영 철학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신세계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정 부회장 특유의 경영 스타일이 앞으로 계속해서 확연하게 드러날 것"이라며 "최근 그룹 차원에서 인문학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인문학이 사람의 밑바탕이 되는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정 부회장의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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