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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치매를… 상상 초월한 한국 기술력

[융합형 원천기술 어디까지 왔나] ④ 첨단의료기기<br>"스캐너 한 대로 전신·뇌 진단" 가변형 PET 시스템 특허 등록<br>치매 진단 방사성의약품 6월 상용화<br>머리카락으로 암 진단기술 개발 한창

혈액·소변·머리카락 등 환자의 생체시료 속 바이오마커를 분자 단위에서 정밀분석하면 암이나 치매같은 난치병을 조기진단할 수 있다.

PET 스캐너 한 대로 뇌와 전신을 촬영할 수 있는'전신-뇌 가변형 PET' 시작품.




암·치매를… 상상 초월한 한국 기술력
[융합형 원천기술 어디까지 왔나] ④ 첨단의료기기"스캐너 한 대로 전신·뇌 진단" 가변형 PET 시스템 특허 등록치매 진단 방사성의약품 6월 상용화머리카락으로 암 진단기술 개발 한창

양철승기자 csyang@sed.co.kr













혈액·소변·머리카락 등 환자의 생체시료 속 바이오마커를 분자 단위에서 정밀분석하면 암이나 치매같은 난치병을 조기진단할 수 있다.







PET 스캐너 한 대로 뇌와 전신을 촬영할 수 있는'전신-뇌 가변형 PET' 시작품.

























노령화와 소득 증대로 질병 없는 건강한 삶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세계 의료기기 시장이 용트림을 하고 있다. 기술융합형 첨단 의료기기를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 올해 시장 규모가 3,000억달러에 육박한 뒤 2016년 3,487억달러로 연평균 5.6%대의 고성장을 구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첨단의료기기사업본부는 이 거대 시장을 놓고 세계 각국이 펼치는 총성 없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대한민국의 우승청부사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2000년 남성 72.25세, 여성 79.6세에서 2010년 77.2세와 84.07세로 10년 사이 각각 4.95년, 4.47년 늘었다. 1980년(61.8세, 70.67세)과 비교하면 남성은 15.4년, 여성은 13.4년이나 더 오래 삶을 영위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는 세계적 추세며 수명이 늘어난 만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막대한 규모로 성장이 예견되는 미래 의료기기 산업을 장악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첨단의료기기사업본부가 이 분야의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자임하며 관련 연구를 이끌고 있다. 기존 의료기기의 기술적 한계를 타파할 융합형 원천기술 개발을 목표로 산학연을 망라해 다양한 전공을 가진 290여명의 연구자가 45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양전자단층촬영(PET)을 포함, 첨단 의료기기 분야의 취약한 국내 기반에도 불구하고 2009년 출범 이래 3년여의 연구 노력에 힘입어 괄목할 만한 성과가 속속 도출되고 있다. 지대윤 본부장은 "지금껏 233편의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발표를 비롯해 278건의 특허출원, 3건의 기술이전 성과를 거뒀다"며 "이 성과가 단순한 수치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사업화를 이뤄 국가 신성장동력 창출로 이어지도록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올 6월 치매진단의약품 상용화=사업본부는 'PET 방사성의약품' '고성능 의료영상' '질량분석의료기술' 등 3개 연구단으로 구성됐다. 이 중 PET 연구단은 현존하는 가장 진보된 영상진단기술인 PET에 쓰이는 방사성의약품과 이를 합성할 자동화 기기 개발을 지향한다.

지 본부장은 "PET 촬영을 위해서는 암ㆍ알츠하이머ㆍ파킨슨병 등 각 질병마다 세포 변화를 영상화할 방사성의약품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PET 스캐너가 총이라면 방사성의약품은 총알에 해당하는 필수적 요소"라고 설명했다.

특정 질병에 맞춤화된 방사성의약품을 누가 먼저 개발하는지에 따라 해당 질병의 전세계 PET 진단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PET 사업단이 주력 타깃으로 삼은 질병은 알츠하이머. 관련 시장이 연 5조~10조원대로 추산되는 블록버스터급 방사성의약품이다.

지 본부장은 "이미 'FC119S'로 명명된 방사성의약품 개발을 완료,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아 임상 0상을 완료했다"며 "올 6월 상용화를 목표로 곧 임상 1상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FC119S의 경쟁 상대로 지난해 4월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획득한 릴리의 '아미비드(AMYViD)'와 임상 3상 중인 GE의 '플루테메타몰(flutemetamol)' 및 피라말 헬스케어의 '플로베타벤(florbetaben)'이 있지만 연구팀은 자신감이 넘친다.

지 본부장은 "0상 결과 혈관성 치매와 알츠하이머성 치매까지 구별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조기진단 성능이 확인됐다"며 "릴리나 피라말과 달리 서강대 이철수 교수팀에 의해 자동합성장치도 개발돼 있어 상업화 속도 또한 전혀 밀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암ㆍ뇌졸중 등의 고성능 PET 방사성의약품을 추가 개발해 우리나라의 세계 1위 방사성의약품 강국 도약을 이끈다는 복안이다.

◇세계 최초 가변형 PET시스템=고성능 의료영상 연구단 역시 이름에 걸맞은 혁신적 원천기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검사 부위에 맞춰 모양을 바꿔 사람의 전신은 물론 뇌까지 촬영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전신-뇌 가변형 PET' 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나종범 단장은 "치매 등 뇌질환 조기진단용 PET 방사성의약품의 개발로 뇌 PET 스캐너의 수요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가변형 PET는 한 대의 스캐너로 모든 질병의 조기진단이 가능해 2015년 15조원의 시장으로 성장할 PET 스캐너 산업의 핵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 단장은 또 "가변형 PET 개발에 성공하면 고가 의료영상기기의 황무지였던 국내 산업에도 획기적 전환점이 마련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가변형 시스템 구현의 비밀은 PET 검출기가 원운동 형태로 움직이도록 하는 일명 '워블링(wobbling)' 기술에 있다. 이 덕분에 항상 검출기를 검사 부위에 가깝게 위치시켜 최적 민감도와 최고 해상도의 영상을 얻을 수 있다.

나 단장은 "시작품을 이용한 연구를 통해 워블링을 정밀하게 제어함으로써 검출기의 해상도를 높이는 영상 재구성 기술도 확보했다"며 "테스트 결과 4㎟를 한 점으로 표시하는 검출기를 쓰고도 2㎟급 검출기를 능가하는 고해상도 영상이 획득됐다"고 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가변형 PET와 함께 연구팀의 양대 핵심과제인 3D 유방 초음파 분야의 성과도 눈부시다. 0.2㎟ 이하급 고해상도와 10㏈ 이상의 높은 영상 대조도를 보이는 양방향 동적 집속 기반의 실시간 유방초음파 시스템, 그리고 다중 프로브 스캐닝 기법의 유방초음파 영상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나 단장은 "실시간 응답형 전신-뇌 가변 PET 시스템 등 원천기술 2건은 국내와 국외 특허등록을 모두 마친 상태"라며 "올해는 각 시스템별 핵심모듈의 성능을 고도화ㆍ최적화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생체시료로 암ㆍ치매 조기진단=앞선 두 연구단이 PET라는 장비로 질병을 진단했다면 질량분석 의료기술 연구단은 혈액ㆍ소변ㆍ머리카락 등 환자의 체내외의 생체시료를 활용해 암을 위시한 여러 질병의 조기진단 기술 개발에 총력을 쏟고 있다.

유종신 단장은 "예를 들어 암이 발병하면 체내의 특정 유전자나 단백질ㆍ대사물질 등의 질량이 달라진다"며 "생체시료 속의 이 바이오마커를 분자 단위에서 정밀 검출하면 암의 조기진단을 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질량분석 진단은 PET 등의 기존 진단법에 비해 저렴한데다 분석시간도 짧아 환자는 의료비, 병원은 고가의 장비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최대 강점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소속 유 단장 연구팀은 혈액 속 당단백질로 암을 조기진단하는 원천기술을 개발, 올해 삼성병원 등과 대량의 임상시료에 이 기술을 본격 적용할 예정이다.

유 단장은 "당단백질은 간암ㆍ폐암ㆍ대장암 등의 바이오마커로 알려졌지만 당사슬(sugar chain) 특이항체가 만들어지지 않아 진단기술 개발이 어려웠다"며 "당 결합 단백질인 렉틴을 이용해 암 특이 당단백질를 분리하는 방식으로 이 난제를 풀었다"고 밝혔다.

연구단의 정봉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팀의 경우 머리카락에 함유된 24S-하이드록시콜레스테롤(24OHC)의 농도를 측정, 치매를 조기진단하는 원천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24OHC는 치매 발병 3~5년 전부터 농도가 증가하는 대사산물로 뇌조직ㆍ뇌척수액ㆍ혈액이 아닌 머리카락의 24OHC로 치매를 진단하는 기법은 정 교수팀이 세계 최초다.

한편 지 본부장은 "원천기술이 국익과 연계되려면 해외특허를 통한 기술보호가 필요하지만 건당 수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별도의 선별 과정을 거쳐 정말 좋은 기술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여성 암 사망률 2위' 자궁경부암 분자진단제 개발
첨단의료기기사업본부 제품허가 획득민감도 기존 제품보다 최대 100배 높아
양승철기자

첨단의료기기사업본부 질량분석 의료기술 연구단의 진매트릭스가 여성 암 사망률 2위의 자궁경부암 분자진단제를 개발, 7일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체외진단분석기용 제품허가를 획득하고 본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다. '파필로타이퍼(PapilloTyper)'로 명명된 이 제품은 2011년 의료기관에서의 시술과 판매를 위한 신의료기술 등재를 마치고 지난해 보험급여 항목 지정을 거쳐 이번에 제품화의 마지막 관문을 넘어섰다.

진매트릭스에 따르면 파필로타이퍼는 자궁경부암의 1차적 원인으로 밝혀진 인유두종바이러스(HPV)의 유전형을 질량분석기법으로 직접 판독하는 원천기술을 적용, 정확성이 탁월하다. 자궁경부암을 유발할 수 있는 15개 고위험군을 포함, 무려 74종 이상의 HPV 바이러스 유전형을 진단할 수 있다.

특히 HPV 진단제 중 유일하게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획득한 미국 다이젠의 '하이브리드 캡처 Ⅱ'보다 최소 10배, 최대 100배 이상 분석학적으로 민감하게 바이러스를 감지해 사실상 세계 최고 해상도와 민감도를 자랑한다. 여기에다 융합연구를 통해 진단 결과를 자동 분석해주는 소프트웨어까지 개발, 유전형 자동분석과 위험군 판정 결과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도록 해 현장 만족도를 극대화했다.

유종신 단장은 "올해 유럽 CE인증을 추가 획득하고 2년 내에 유럽 등 해외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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