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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가 9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오늘 폐막한다. 이번 대회는 행사기간 동안 큰 잡음이 없었던데다 첫 여성 필즈상 수상자 배출, 개발도상국 지원 확대 등 여러 이슈를 생산하면서 직전인 인도 하이데라바드 대회 등 어떤 대회보다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황준묵 고등과학원 교수가 한국인 최초로 기조연설을 한 것을 비롯해 5명의 한국 수학자가 초청강연을 펼치는 등 국내 수학계에도 큰 자극을 줬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 세계수학자대회는 여전히 수학 선진국과는 거리가 먼 한국 수학계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 돼 만만찮은 숙제를 남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우리 수학계 현실에 대해 "미적분을 풀 수 있는 고등학생조차 앞으로 자취를 감추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 양적 성과에서 질적 성과로 전환
참석한 국내외 전문가들은 '필즈상 0명'이라는 성적표에 대해 양적인 성과 집착을 벗어나 질적 성과 위주로 대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젊은 연구자들이 교수 임용·승진 등을 위해 논문 수에 매달리지 않고 하나의 연구를 하더라도 세계 수학계에 충격을 줄만한 어려운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 난제의 경우 실패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정부나 사회도 성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주고 설사 성과를 내지 못했어도 이를 용인해주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형준 서울세계수학자대회 조직위원장은 "임용·승진 등의 문제 때문에 우리나라 젊은 수학자들은 자기 능력보다 쉽고 예측 가능한 문제만 연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대회에서 세계적인 석학들의 강연을 계기로 눈높이를 높이고 도전정신이 배양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2) 한국 박사 학위 받은 세계적 수학자 배출
우리나라 학위를 받은 세계적 수학자를 배출하는 것도 과제로 남았다.
이미 일본의 경우 도쿄대 출신의 고다이라 구니히코와 교토대 출신의 모리 시게후미 등 자국 박사 출신 필즈상 수상자를 여럿 배출했다. 게다가 이번 대회에서는 개도국 박사로는 처음으로 브라질 태생의 아르투르 아빌라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RS) 연구원이 필즈상을 받기도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최초 세계수학자대회 초청 강연자이자 기조 강연자인 황 교수가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것을 비롯, 초청 강연자인 김병한 연세대 교수, 김범식 고등과학원 교수, 강석진·김범식·이기암 서울대 교수 등이 모두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황 교수는 "꼭 필즈상 수상이 아니더라도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초청강연을 하는 것만으로도 세계 수학계에서 공인된 학자라는 것을 의미하는데 우리는 아직 국내 박사 출신의 초청강연 학자를 배출하지 못했다"며 "이제는 우리나라 발전 수준에 맞게 학계에서도 정략적 평가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고 꼬집었다.
(3) 고등학교 수학 교육과정 강화
최근 잇따른 교육과정 개정으로 수학·과학 교육 시간이 계속 축소되는 흐름도 재고해야 할 부분으로 지적됐다.
국가 발전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것이 과학기술인데다 금융·산업 등 수학의 응용범위가 갈수록 넓어지면서 최근 최상위 대학에서 수학과 입시지원 점수가 의대 바로 밑까지 올라왔음에도 교육 현장의 정책은 이를 역행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입시경쟁 위주의 수학 교육보다 흥미와 도전정신을 이끄는 방식으로 교육방법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명환 대학수학회장은 "지금 교육과정 개편 작업은 수학 시간을 줄이고 인문 등 다른 교과 시간을 은근슬쩍 늘리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미적분을 할 줄 아는 고등학생조차 사라진다"며 "수학·과학을 고등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으면 학생들이 자연히 다른 진로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역설했다. /윤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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