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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電개혁 발목잡는 국회
입력1999-12-08 00:00:00
수정
1999.12.08 00:00:00
산자위의 본회의 상정 보류는 한마디로 내년 총선때문이다. 지나치게 표를 의식하다 보니 정부의 개혁안(案)치고 국회에서 제대로 통과되는 것이 없다. 세제개혁도 국회 심의과정에서 정부안의 상당부분이 탈색(脫色)됐으며, 병원수가(酬價)의 적정선 여부를 따지기 위해 의료보험공단이 세운 일산(一山)병원의 개원도 별다른 이유없이 연기시켜 국민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안겼다. 심지어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을 금지하는 노동관계법을 의원입법으로 개정하겠다고까지 나서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는 판국이다.한전의 개혁을 위한 「전력산업 구조개편 촉진법」은 한전의 발전부문을 수·화력 5개사, 원자력 1개사 등 6개사로 분할, 이를 해외에 매각한다는 것이 골자다. 그런데 한전노조가 분할매각에 반대, 파업불사로 맞서고 있다. 노조는 분할매각은 국부(國富)유출과 전력요금 인상을 불러 올 우려가 있다고 지적, 10년후로 미루자고 주장한다. 민영화와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큰 틀에는 동의하지만 시기와 방법을 놓고 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한전을 당장 팔아야 한다고 나서고 있는 것은 급박한 전력사정 때문이다. 우선 가장 시급한 것이 투자재원 마련이다. 현재 한전의 부채는 32조480억원으로 이자만도 연간 2조6,000억원(연간 매출액 15조원의 17%)에 달한다. 매년 10%씩 증가하는 전력수요에 맞추려면 9조원이 필요하다. 발전부문을 매각, 100억달러 정도의 외화가 들어와야 재원부족 문제가 해결된다. 발전부문을 매입한 외국기업들이 새 발전소 건설을 위한 투자유치도 정부가 기대하고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세계은행(IBRD) 등도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전의 개혁은 공기업 구조조정의 시금석으로서 국민들도 주시하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전력구조 개편법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다른 공기업 구조조정도 연쇄적인 파장을 일으킬 것이 뻔하다. 국가적인 이해가 걸려있는 중대사안에 대해 국민의 대표기관이 해태(懈怠)하고 있는 꼴이다. 국회는 더 이상 개혁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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