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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객들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하소연은 "국내 주식시장의 방향성이 없어 재미가 없다. 금융상품의 수익률도 낮아져서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코스피지수는 올 들어 첫거래일 종가 1,967포인트에서 현재까지 약 두 둘 사이 과정을 생략하면 별 차이가 없다. 시장의 변동성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거래대금도 줄어들고 있다. 매일 증시에 붙어 일상을 보내지만, 항상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좀 더 길게 본다면 국내 주식시장은 2011년 하반기 이후 글로벌 시장의 평균을 하회하는 부진한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는 크게 다섯 가지 정도의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중국 경기의 둔화, 미국 테이퍼링 실시와 신흥국의 불안, 아베노믹스의 우려감, 국내 주택가격의 하락, 국내 주식형 펀드의 환매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1월에 불거진 아르헨티나발 신흥국의 위기는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심리를 더욱 가라앉히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 부동산시장이 꿈틀거리고 있고, 신흥국 증시들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미국의 테이퍼링도 속도 조절에 나선만큼 우려했던 다섯 가지 요인 가운데 중국 경기 둔화를 제외한 나머지 원인들은 확실히 개선되고 있다. 이런 점들을 미뤄 예상해볼 때 상반기의 혼조세만 벗어난다면 차츰 국내 주식시장도 글로벌 평균 대비 부진했던 성과를 만회하리라 생각된다. 저성장·저금리 기조라는 생소한 환경 속에서 코스피지수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지탱한다면 오히려 주식가치 메리트가 부각될 것이며, 절대주가가 낮은 수준에 위치한 업종과 섹터에서 기회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실적보다는 가격에 초점을 맞춰 투자종목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이미 시장에서는 그런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실적에 문제가 있다고 여겨 한쪽에 밀어놨던, 그래서 주가가 낮아진 종목들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악재는 많지만, 주가는 싸다"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타이밍이 임박했다고 느껴진다.
상품투자는 주식투자와 달리 다양한 투자자산에 다양한 투자전략으로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들이 출시되어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직접투자처럼 매매에서만 수익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금리, 배당, 환율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는 좀 더 많은 기회가 존재한다는 것도 유리한 점이다. 이런 사항들을 감안해 현재 시장에서 접하기 쉬운 여러 가지 상품들 가운데 실제 투자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현재 투자수단으로 활용한다면 유망할 것으로 판단되는 상품들을 몇 가지 추천한다.
첫 번째는 해외ETF(상장지수펀드)다. ETF는 'Exchange Traded Fund' 의 약자다. 말 그대로 거래소에 상장되어 주식처럼 거래되는 펀드다. ETF를 이용하면 지수, 업종뿐만 아니라 금·은 등 원자재에도 쉽게 투자할 수 있다. 채권은 물론 환율 변동에 따른 투자 대안도 세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다양한 인버스 ETF도 존재하기 때문에 나만의 헤지펀드를 만들 수도 있다. 물론 국내 ETF 시장도 점차 커지고 있지만, 몇몇 ETF를 제외하고는 거래량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해외 ETF를 추천하는 것이다. 해외 ETF는 블랙록(Blackrock), 뱅가드(Vanguard)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오랜 경험을 축적한 회사들이 운용하고 있어 추적 오차를 최소화하고, 투자자의 투자목표에 따라 다양한 ETF 시장을 경험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두 번째는 글로벌컨슈머펀드다. 보통 컨슈머(consumer)펀드는 소비업종에 관련된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단순히 소비재라 말하면 음식료, 의류 등을 떠올리게 되지만 사실 소비재의 범위는 상당히 넓다. 먹고, 입고, 마시는 것 외에도 상품들을 판매하는 유통, 늘어난 소비력을 바탕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교육, 여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대가 되는 카지노·여행 등 다양한 범위의 기업들이 소비재의 범주로 볼 수 있다. 특히 컨슈머펀드는 다른 섹터에 투자하는 펀드에 비해 낮은 변동성을 보이기 때문에 최고의 성과를 추구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꾸준한 성과를 기대하는 투자자에게 매우 적합한 상품이다.
세 번째는 배당주펀드다. 배당주펀드의 가장 큰 장점은 배당 수익과 주가 상승에서 발생하는 매매차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주가가 오르면 펀드수익률도 오르니 좋고, 주가가 오르지 않거나 내려도 배당수익을 받아 펀드자산에 편입해 재투자효과를 얻을 수 있어 손실을 줄일 수 있다.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배당주펀드들이 다른 성격의 펀드들에 비해 매우 양호한 성과를 보였다고 한다. 한국 사회가 저금리·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것은 기정사실이다. 과거와 같은 고금리·고성장 국면으로 회귀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결론적으로 배당주펀드를 주목할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다.다만 배당주펀드 중에서는 일반적인 대형 성장주들을 많이 편입해 성장형펀드 성격을 지닌 펀드도 많기 때문에 편입종목과 투자전략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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