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피가 쉽게 멎지 않는 질병인 혈우병 세포치료 길을 열었다.
김진수(사진)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과 김동욱 연세대 의대 교수, 김종훈 고려대 교수로 이루어진 공동연구팀은 2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혈우병 환자 소변에서 세포를 채취해 역분화 줄기세포를 만든 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활용해 뒤집어진 유전자를 정상으로 되돌리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교정한 줄기세포를 혈관 내피세포로 분화시켜 혈우병에 걸린 생쥐에 이식한 결과 출혈 증상이 현저히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유전자의 특정 부위를 절단해 유전체를 교정하는 리보핵산(RNA) 기반의 인공 효소이다. DNA를 자르는 ‘Cas9’이라는 단백질과 작은 RNA로 구성됐다.
연구팀은 앞으로 이 연구가 상용화될 경우 유전자를 교정한 본인 줄기세포를 세포치료제로 삼아 본인에게 다시 이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통해 평생 혈액 응고 단백질을 투여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규모가 100억 달러가 넘는 현 혈우병 치료제 시장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셀 스템 셀(Cell Stem Cell)지 24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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