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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보다 기계가 나은 이유
입력1999-06-17 00:00:00
수정
1999.06.17 00:00:00
우리 삼화상호신용금고는 국내 금융기관 중 유일하게 24시간 직원이 근무하는 유인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16개 도매시장이 밀집해 있는 동대문 시장에 위치해 있고, 저녁 9시부터 다음날 9시까지 물건을 사는 지방상인들을 위해 대부분의 점포들이 영업을 하며 불야성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6명의 직원들이 야간 특별창구에서 동전과 잔돈을 교환해 주고 수금·출금·파출 수납업무 그리고 간단한 예금담보 대출 등을 하고 있다. 남자직원은 1년, 여자직원은 6개월씩 순환 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사실 주·야간 금융창구를 열어 영업을 하는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야간 근무조의 노고는 대단하다. 야간 유인점포를 운용하기 전에 CD기나 ATM기를 설치해 대신하려고 시도해 봤지만 이용률이 극히 저조했다. 때문에 할 수 없이 직접 직원들을 투입해 영업을 시도하게 된 것이다.
CD기와 ATM기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서 재미있는 특징이 보였다. CD기는 주로 현찰이나 수표를 인출하는데 이용되기 때문에 그런 데로 건수가 발생한다. 그러나 ATM기의 경우, 현찰이나 수표를 찾는데 이용은 해도 예금하는데는 전혀 이용하는 고객이 없었다.
이것이 기계를 신용하지 못하는 한국사람들의 본능적인 특성을 보여주는 단면이 아닌가 생각된다. 찾는 돈은 직접 찾기 때문에 이용할 수 있어도, 돈을 기계에 맡겨 예금하는 것은 직접 보는 앞에서 돈을 계산해 예금을 확인하는 것보다 신뢰성이 덜 가기 때문일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의 금융기관들의 ATM기 운용 실적은 매우 저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예금할 때 ATM기의 이용이 많은 것은 물론, 우체통과 비슷한 무인 야간함(DROP)이 있어 은행에서 마련한 야간 예금용 봉투나, 특별히 제작한 소형 자루에 예금내역을 적어서 야간 드롭에 넣으면 은행이 자동으로 정산 입금을 하고 그 결과를 통보해 준다. 그 만큼 금융기관이나 그 기관이 설치 운용하는 기계에 대해서도 신뢰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보화 시대를 맞아, 인터넷이나 사이버 네트웍을 이용하는 상거래가 빈번한 요즈음이고 보면 이젠 우리도 금융기관이 설치한 기계에 대한 신뢰성을 키워 나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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