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는 건설업종 주가가 급등하면서 관심이 커지는 반면 채권시장에서는 건설업종 기피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건설업종 주가는 경기 개선 기대감으로 상승했지만 개별 기업의 재무 여건이 좋아진 것은 아니어서 추격 매수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건설업은 이달 들어 10.1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4.52%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한라건설이 21.62% 상승한 것을 비롯해 대우건설(16.53%)ㆍ현대건설(10.8%)ㆍ두산건설(8.86%)ㆍGS건설(8.33%) 등이 큰 폭으로 올랐다.
건설업종 주가가 급등한 것은 저가 매력이 부각된 데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 그리고 미국과 유럽의 경기 회복으로 해외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허문욱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형 건설주들이 1ㆍ4분기에 어닝 쇼크를 기록하면서 기관들이 보유 물량을 크게 줄였는데 국내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보유 물량을 늘리고 있다"며 "또 정부가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면제 등을 담은 '8ㆍ28 전ㆍ월세 대책'을 내놓은 것과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이 건설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HMC투자증권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달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후 전국 아파트 가격은 3주 동안 0.09% 상승했고 서울 지역 아파트의 지난달 거래량은 2,768건으로 7월에 비해 46%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채권시장에서 건설업종 기피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BBB등급 이하의 회사채뿐 아니라 A등급의 대형 건설업체 회사채도 기관 수요가 부진한 상황이다. A+등급의 대우건설은 이달 초 2,000억원의 회사채 발행과 관련해 수요조사를 실시했지만 기관 수요는 520억원에 불과했다. 롯데건설 역시 A+등급이지만 2,900억원의 회사채 발행과 관련된 수요 예측에 참여한 기관은 제로였다. 황원하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설업의 주가는 바닥을 찍었다는 기대감이 나타났지만 채권시장에서의 평가는 다르다"며 "A등급 이하 건설업체들의 채무상환능력이 실질적으로 개선되지 않아 기관 수요가 부진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건설업체에 대한 온도 차가 분명하게 나타나면서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 펀더멘털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의 상승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이유에서다. 박용희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건설업체들의 3ㆍ4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은데 최근 주가의 상승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건설업은 이미 '오버 슈팅' 구간에 진입했고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