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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바란다:6/정경 「부패사슬」이젠 끊을 때(경제를 살리자)
입력1997-06-28 00:00:00
수정
1997.06.28 00:00:00
백재현 기자
◎정치자금 투명화·기업 공정경쟁 여건 조성을미국의 대표적인 경제학자인 레스터 서로 MIT대교수는 『현대 경제발전의 제1조건은 경제가 정치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우수한 경제시스템이라도 권력의 간여와 개입이 있으면 무력화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국내의 한 그룹총수는 『정치가 경제를 좌우하는 것은 폭력이다』고 말했다. 효율성을 내세워 정치부문이 경제발전을 주도하던 이른바 「개발년대」를 지나온 우리사회에서 「정치로부터의 경제독립」에 대한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한보사태가 촉발돼 정경유착의 심각성이 부각되면서 새로운 정경관계 정립에 대한 필요성이 재계에서부터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재계의 목소리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뿌리깊은 정치부패의 구조를 이번 기회에 뿌리뽑아야 한다는 여론을 등에 업고 있기 때문.
재계의 입장은 『개별기업 차원에서 별도의 정치자금을 주는 대기업은 앞으로 회원사의 뜻에 따라 제명할 수도 있다』(손병두 전경련부회장)는 말에 앞축돼 있다. 이는 정치가는 가만히 있는데 기업이 이권을 챙기기 위해 정치자금을 주는 것으로 비치는 사회분위기에 대한 「자해적 반발」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재계는 최근 정치자금법 개정 등 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부패구조 청산이라는 국민적 요구가 뒷받침되고 있어 재계의 이같은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강도를 더해갈 것으로 보인다.
이제 남은 문제는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느냐다.
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은 『정치가 할 일과 경제가 할 일을 분명히 구분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치가 경제 할 일에 기웃거려서는 안된다는 것. 정부는 기업이 공정한 시장경쟁을 할 수 있게 시장규칙을 만들고 규칙대로 경쟁하게 하는 공정한 심판관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를 요구하는 것이다.
작은 정부는 규제혁파와 맥을 같이한다.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없앰으로써 정부기구를 축소하고 대신 환경감시, 기술개발에 필요한 기초시설 조성, 교육, 치안 등의 분야에 정부가 높은 효율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경련 김태일 이사는 『무한경쟁의 21세기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는 규제완화라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기업이 비용을 절감하고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적극적인 사고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지난 21일 21세기를 대비한 경제의 새틀을 짜기 위해 21가지의 국가과제를 발표했다. 그 중에서 가장 먼저 내세운 것이 「정부의 역할과 기능 재정립」이었다. 정부의 기능을 수요자 중심으로 개편,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국내외를 망라해 뇌물을 준 기업의 존폐까지 거론할 정도로 강력한 부패방지협약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부패라운드」로 불리는 새로운 국제질서의 물결이 우리나라에도 예외없이 밀려들 것임이 분명하다.<백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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