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 당국이 이달 초 5개 시중은행과 체크카드를 위한 은행 계좌이용을 전면 허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시중은행과 전업카드사 간 체크카드 제휴는 진척이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당시 제휴 대상으로 발표된 은행은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농협중앙회 등이다. 이들 은행은 전업카드사가 계좌이용을 요청하면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
그러나 체크카드에 현금인출 기능을 부여하느냐 여부를 놓고 양측이 팽팽히 대립하면서 실제 제휴는 전무한 상태다. 전업카드사는 현금인출은 체크카드의 주요한 기능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탑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은행은 예금자와의 고유 계약이라는 점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형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금융 당국 방안에는 계좌이용과 수수료 인하 등이 포함돼 있는데 은행은 이는 받아주겠다는 입장"이라면서 "그러나 현금인출 탑재 여부는 강제성이 없어 양측 간 이견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업카드사가 이미 발행해 영업하고 있는 체크카드는 제휴기관에 따라 은행 제휴카드와 증권사 제휴카드 등 크게 두 종류로 분류된다. 증권사 제휴 체크카드는 발행과 동시에 현금인출 기능이 부여된다. 반면 은행 제휴 체크카드는 발행 후 은행지점을 방문해 따로 신청해야만 한다. 현재 전업카드사가 증권사 외에 제휴를 맺은 곳은 우리ㆍSC은행, 우체국 등이다. 은행별로는 국민ㆍ하나은행 등은 지금껏 단 한 번도 문호를 개방하지 않았고 신한ㆍ우리은행 등의 제휴 현황도 겉핥기에 불과하다.
전업카드사는 지점 방문 없이도 현금인출 기능을 부여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뜩이나 은행계 카드사와의 체크카드 경쟁에서 뒤쳐지는 상황인데 체크카드의 주요 기능인 현금인출 서비스를 받기 위해 지점을 따로 방문해야 한다면 고객모집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업카드사는 시중은행의 이런 조치가 체크카드 제휴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보고 있다. 전업카드사와의 체크카드 제휴로 인한 계열카드사(신한카드ㆍKB국민카드ㆍ하나SK카드)의 수익감소를 의식한 처사라는 것이다.
특히 최근 산업은행이 롯데카드와 체크카드 제휴를 맺으면서 발행과 동시에 현금인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점을 들어 시중은행의 이 같은 조치는 시간 끌기의 일환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카드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은 현금인출 기능이 예금자와의 고유 계약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는데 그런 논리라면 현장방문시 현금인출 기능을 부여해주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며 "단순히 얘기하면 제휴를 맺어주기 싫다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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