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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천공단의 해법/박승 중앙대 교수(송현칼럼)
입력1996-12-30 00:00:00
수정
1996.12.30 00:00:00
박승 기자
정부와 여당은 위천공단 문제에 대한 해법을 내놓았다. 국가공단으로 지정하되 그 규모를 3백만평에서 2백만평으로 줄이고 「낙동강 수질개선 특별법」을 만들어 이 사업에 5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어느 한쪽 편을 들 수 없으니 서로 조금씩 양보하라는 것이고 5조원을 이곳에 우선 투입하려다 보니 다른 지역도 덩달아 양보해야 하는 모양새가 됐다.○중용지도 같지만
이렇게도 저렇게도 하기 어려운 이 뜨거운 감자를 소리없이 수습하고자 하는 정부·여당의 고충을 읽을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무난한 중용지도같기도 하다. 그러나 어딘지 찜찜하고 떳떳하지 못하다. 어떤 명쾌한 논리가 흐르지 않는다. 왜 그런가.
다른 곳에서 이같은 문제들이 연달아 생긴다고 가정해보자. 한강 상류의 강원도나 충청도에서 공단을 만든다고 해서 서울시민과 갈등이 생길 때 이런 방식으로 해결할 것인가. 금강상류에서, 그리고 영산강상류에서 생길 때도 이런 식으로 대응할 것인가. 분명히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인가.
이 문제는 지역이기주의 문제도 아니고 정치문제도 아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백년 또는 천년 뒤에 가서 이 나라가 잘사는 나라가 되겠느냐 하는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당장 지역적 이해대립문제, 그리고 정치문제로 포장되고, 또 그러한 시각에서 정부가 해법을 찾으려 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백년대계서 봐야
두 지역이 서로 자기 지역의 편익을 앞세우는 것은 탓할 일이 아니다. 물론 사회 전체의 편익을 먼저 생각해주면 더욱 좋지만 말이다. 이때 사회 전체의 편익을 생각하고 그러한 기준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책무는 바로 중앙정부의 몫이다. 이것이 이른바 정부의 심판자적 기능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정은 사회전체의 이익보장을 위한 일관된 원칙에 의해서 내려야만 하는 것이다.
원론적인 예를 들어보기로 하자. 공단투자비가 1백억원이고 거기서 1백20억원을 벌어들인다고 하면 개인의 입장에서는 수지맞는 사업이므로 건설해야 한다는 판단이 나온다. 그러나 만일 거기서 50억원 상당의 공해를 배출한다면 사회전체적인 손익계산으로는 적자사업이며 따라서 그러한 사업은 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이 나온다. 공단에서 나오는 공해를 그대로 배출한다면 그러한 사업은 허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 환경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 하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수원지 상류에서 낚시조차 못하게 하고 있으며 호주의 시드니에는 환경보호를 위해 다리도 못 놓게 한다는 점을 거울삼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공단 자체에서 공해정화시설을 갖추어 완전정화한다면 공단건설에서 오는 낙동강오염문제는 우려할 필요가 없다. 선진국의 공장건설은 모두 이러한 조건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일본만 하더라도 공해정화를 위한 환경투자비가 총투자비의 약30%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10억원짜리 공장을 지으려면 폐수정화시설비에 3억원을 투자하는 것이다.
○원칙부터 세워야
이러한 환경투자비를 정부나 지자체가 대신 부담해서는 안된다. 그런 경우에는 환경오염투자를 사회적으로 장려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단 자체에서 폐수정화투자를 부담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렇게 해서 환경오염을 방지할 수 있는가 하는데 있다. 그럴 수 있다고 할 때는 공단지정을 막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 원칙이 중요하다. 그 원칙으로 판가름할 때 사람들은 승복할 것이다. 그리고 그 원칙은 두가지의 기준을 충족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 하나는 철저히 사회전체의 이익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근시적 판단이 되어서는 안되고 적어도 한세대 또는 1백년의 긴 시간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원칙은 국토계획이나 환경관리 또는 산업입지에 관한 법이나 계획, 정부 기본시책 등의 형태로 명문화되고 공시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정부정책에 설득력이 생기는 것이다.
위천공단 건설은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전혀 문제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시대상황이 이처럼 급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법과 계획은 모두 이런 것이 문제가 안되던 시절에 만들어진 것이고 정부의 정책의지도 그러한 시대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것들을 하루 속히 정비해서 큰 원칙을 세워 다스려야 한다. 앞으로 위천공단문제와 같은 것이 줄을 이을 것이다. 분명한 원칙을 세워 다스려야만 국정이 명쾌해지고 나라질서가 바로 세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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