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이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자로 내정되면서 그룹 외형 확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동부그룹은 대우일렉 본입찰에 참여한 3개 업체 중 인수가격과 매각주간사 평가에서 모두 좋은 점수를 받아 우선협상대상자로 내정됐다. 본입찰에는 동부그룹 외에 삼라마이더스(SM)그룹과 유럽 가전업체인 일렉트로룩스 등이 참여했다.
동부그룹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해 인수가로 3,000억~3,1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무적투자자로는 KTB프라이빗에쿼티 등을 파트너로 삼았다.
인수가격은 본입찰에 참여한 업체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이다. 동부그룹은 대우일렉 인수가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데다 그룹 외형 확장 등에 더없이 좋은 대상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동부그룹의 경우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릴 수 있는 가전사업 진출로 그룹 매출 확대가 예상된다. 대우일렉은 올 한 해 2조원의 매출과 7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 달성을 경영목표로 삼고 있다.
또 동부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가전용 아연도금강판(동부체절)과 반도체(동부하이텍), 로봇사업 확대(동부로봇), 물류사업 확대(동부택배) 등을 통해 기존 동부그룹 내 계열사의 매출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대로 대우일렉은 동부건설이 짓는 아파트에 빌트인 냉장고와 세탁기 등을 공급할 수 있어 외형 성장에도 동부그룹이 가장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대우일렉의 경우 연간 400억~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꾸준히 기록할 정도로 안정적인 회사인 만큼 동부그룹 편입을 통해 대우일렉 외형 확장과 실적개선의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동부의 한 관계자는 "동부건설이 시공하는 아파트와 주상복합에 대우일렉의 가전제품을 빌트인 방식으로 넣는다면 동부건설은 물론 대우일렉에도 브랜드 인지도 향상과 내실 위주의 경영이 가능할 것"이라며 "또 동부제철에서 동부택배에 이르는 광범위한 계열사 시너지 효과까지 감안하면 동부의 대우일렉 인수 효과는 배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동부그룹이 실제 인수에 성공할지 여부다. 일단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미지수'라고 보고 있다. 동부그룹의 계열사 가운데 현재 캐시카우 역할을 해낼 수 있는 회사가 없는데다 유럽발 경제위기로 인해 동부제철과 동부건설 등 기존 주력회사 실적의 추가적인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동부그룹이 최근 김준기 회장의 지시로 민간 발전사업에 뛰어든 것도 실탄 마련에 애로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동부그룹이 함께 손잡은 재무적투자자의 요구조건도 자칫 동부그룹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통상적으로 재무적투자자의 경우 최소 연 10%의 이율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자 부담을 감수하고 대우일렉 인수에 성공할 경우 인수합병(M&A) 이후 대우일렉 효과가 퇴색될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동부가 얼마나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재무적투자자를 끌어들였는지 여부가 인수 이후의 득실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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