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의 초보 검사역이 조영제 부원장의 이장호 전 BS금융지주 회장 사퇴 권고와 관련, "우리가 모피아(재무부+마피아)와 다른 점이 뭐냐는 질문에 답이 궁색해졌고 본연의 역할인 검사를 스스로 망가뜨렸다"고 개탄하고 나섰다.
19일 금감원에 따르면 A 검사역은 지난 10일 금감원 내부게시판에 '우문에 현답을 구합니다-BS금융지주 회장 퇴진에 부쳐'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번 일은 관치금융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조 부원장이) 법령에 정해진 이유도 없이 은행지주회사 최고경영자(CEO)를 물러나라고 권고하고 창조경제에 맞지 않아서라는 이유까지 나온다"면서 "모피아도 이렇게 대놓고 국정지표를 제시하며 인사에 개입하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가 공적 민간기구 중심의 감독 체제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한 이유는 관료 개입이 준 폐해가 가장 크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금감원이 모피아보다 더하고 있다는 평에 뭐라 말을 못하겠다"고 했다.
이 검사역은 조 부원장의 행동으로 금감원의 핵심업무인 검사가 흔들리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원장 정도의 판단이면 법령이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그만두라고 권고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며 "엉킨 실타래를 풀지 않고 가위로 자른다면 명쾌하지만 정답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감원의 상명하복 문화를 이번 일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금융위원회가 의결하지 않은 BS금융지주 종합검사 결과를 5일 금감원이 스스로 공개한 사실에 대해 "위에서 정하면 아래는 한다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검사역은 "조 부원장에게 다른 판단을 하라고 조언한 사람이 있는지 궁금하다"면서 "이렇게 상명하복이 지속되면 우리는 '생각'을 잃어간다"고 질타했다.
그는 조 부원장이 과거 자신에게 "검사역은 검사로 말한다"고 한 사실을 상기하면서 "(조 부원장이) 어떤 형태로든 설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 글에 대해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조 부원장의 행동에 대해 조직을 힘들게 했다며 섭섭해 하는 직원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이렇게 라도 소통을 하려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