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즐기는 사람들에 날벼락 같은 소식
■ 삼겹살의 경제학기름 많은 부위 줄이려… 정육점에 수제햄 보급 불구속내는 가격 잡기 의도… 공급 줄땐 고깃집 타격
김영필기자 susopa@sed.co.kr
농림수산식품부는 16일 정육점에서 수제 햄과 소시지를 팔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했다. 정부가 시설자금을 대주고 교육도 해주기로 했다.
겉으로는 삼겹살을 뺀 나머지 부위 소비를 늘려 폭락한 돼지고기 값을 올린다고 포장돼 있지만 정부의 속내는 다르다. 기름이 많은 부위를 먹는 식습관을 바꾸고 수입이 늘어도 항상 비싼 삼겹살 값을 잡겠다는 것이다. 이번 안이 물가관계장관회의에 보고된 것도 이 때문이다. 돼지 지방(기름), 즉 삼겹살을 둘러싼 논란에도 경제학이 있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국민 건강을 위해 삼겹살 소비를 줄이려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ㆍ고등학생의 비만율은 8.6%에 달한다.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은 "어려서부터 기름 많은 삼겹살에 입맛이 길들여진 탓"이라고 했다.
고기 100g당 삼겹살은 지방이 28.4g, 단백질은 17.2g이 들어 있다. 햄 부위로 쓰이는 넓적다리는 각각 5.8g, 18.9g이다. 비만으로 건강을 해치고 이를 회복하기 위해 운동으로 쓰는 돈은 사실상 추산이 불가능할 정도다.
물가를 잡기 위한 의도도 있다. 우리 국민이 연간 먹는 삼겹살만 26만톤에 달한다. 수요가 넘쳐 시장논리가 작동하지 않는다. 한 번 오른 삼겹살 값은 떨어지지 않는다.
공급이 모자라 수입을 하는데도 그렇다. 올 10월까지 우리나라가 수입한 냉동삼겹살은 9만2,931톤으로 금액으로는 3억8,616만달러에 달한다.
삼겹살은 양도 적다. 110㎏짜리 암퇘지를 잡으면 삼겹살은 13.1㎏밖에 안 나온다. 햄용 넓적다리는 18.8㎏이나 나온다. 이래저래 비경제적이다.
그러나 삼겹살 소비 감소에는 부작용도 있다. 삼겹살을 팔아 먹고사는 사람들이다. 정육점이야 삼겹살 판매를 햄과 소시지로 돌린다고 쳐도 고깃집은 문제다. 나이스비즈맵에 따르면 전국의 삼겹살과 갈비 등을 파는 고깃집은 3만1,210개다. 삼겹살 전문점은 정부의 시책에 직격탄을 입을 수 있다. 딸린 종업원과 식구를 감안하면 삼겹살 소비량이 줄 경우 또 다른 민생 문제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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