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 가운데 최고령을 자랑하는 신격호(사진)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새해부터 현장경영에 나서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올해 92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지난달에 이어 이달 초 잇따라 매장을 둘러보며 왕성한 현장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것. 호적상으로는 1922년생이지만 실제로는 1921년생인 신 총괄회장은 국내 10대 그룹 총수 가운데 유일한 창업 1세대로 남아 있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해 아들인 신동빈 회장에게 회장직을 넘겨주며 총괄회장으로 경영 일선에는 한발 물러섰지만 그룹의 명운이 걸린 현장만큼은 직접 챙기겠다는 강한 의지를 새해에도 변함없이 불태우고 있다.
그는 새해 벽두인 지난 8일 '롯데몰 김포공항'을 전격 방문했다. 지난해 12월 김포공항 국제선청사 맞은편에 문을 연 롯데몰 김포공항은 백화점과 마트∙쇼핑몰∙토이저러스∙디지털파크 등 유통시설뿐 아니라 호텔과 영화관까지 모두 아우르는 복합쇼핑공간이다. 연면적 31만4,000㎡에 부지면적만 19만5,000㎡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신 총괄회장은 이날 별도의 수행원 없이 롯데몰을 찾아 매장 곳곳을 꼼꼼히 둘러보고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신 총괄회장이 새해 첫 방문지로 이곳을 선택한 것은 그만큼 롯데몰에 거는 그룹의 기대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롯데몰 김포공항은 롯데그룹의 부동산 개발∙운영을 담당하는 롯데자산개발이 내놓은 첫 작품으로 롯데는 이곳을 향후 국내 복합쇼핑몰의 모델로 삼아 시장 개발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지난달 롯데몰 김포공항 개점 당일에도 신동빈 회장과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이 함께 방문해 높은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신 총괄회장은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4일에는 롯데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을 찾았다. 이날 매장을 직접 둘러본 신 총괄회장의 감회는 남달랐다. 파주는 지난 2009년 유통업계의 영원한 맞수인 신세계와 '땅 싸움'을 벌였던 곳. 롯데는 부동산 개발업체 CIT랜드와 매입 협상을 벌이던 파주 통일동산 부지를 뒤늦게 뛰어든 신세계에 빼앗긴 적이 있다. 당시 신 총괄회장은 "상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대노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결국 롯데는 '신세계 파주 아울렛보다 더 좋은 부지에 더 큰 아웃렛을 지어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절치부심한 끝에 지난달 2일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을 오픈했다. 신세계 파주 아울렛과는 직선거리로 불과 5.6㎞에 불과하다. 신 총괄회장은 롯데 아울렛의 이곳 저곳을 둘러본 뒤 매출현황과 영업전망 등을 보고받고 만족감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파주 아울렛은 개점 3일간 총 30만명이 방문하며 당초 목표보다 40%를 상회하는 117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평소 신 총괄회장은 아무런 사전 통보 없이 자사 매장들을 깜짝 방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에 머무는 홀수 달에는 어김없이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를 불시에 찾아 접객 서비스나 매장 관리 등을 꼼꼼히 챙기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는 지난해 1월에도 롯데 김해 아울렛과 롯데백화점 부산 광복점을 잇따라 방문하며 현장경영으로 새해를 시작했다.
신 총괄회장은 현재 롯데호텔 34층 집무실 겸 숙소에 머물며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로부터 경영현안을 보고받는 일도 빼먹지 않고 있다. 지난해 3월 일본 대지진 이후 7개월간 국내에 머물다 10월 잠시 일본을 다녀온 뒤 다시 3개월째 한국에 있는 그는 집무실에서 매일 오전과 오후 각 1곳씩 계열사 업무보고를 직접 챙기고 있다. 그는 일본 롯데로부터도 업무보고를 계속 받고 있으며 주요 현안이 있을 때는 일본의 경영진이 서울로 날아와 직접 보고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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