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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독립” 수면위 재부상/금개위,7월말까지 법개정 추진
입력1997-04-19 00:00:00
수정
1997.04.19 00:00:00
최창환 기자
◎은감원 분리형태가 이번에도 핵/“금융개혁차원 추진” 귀추 주목중앙은행 독립문제가 또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금융개혁위원회가 18일 중앙은행 독립과 금융감독기구 개편을 오는 7월말까지 추진키로 결정함에 따라 지금까지 2차례의 한은 독립 논란과 맞먹는 파란이 예상된다.
특히 금개위는 이번에 단순한 문제제기 차원을 넘어 청와대, 강경식부총리와 사전교감을 토대로 제도개편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와 자신감을 갖고 있어 한은관계자 등 관련 당사자들의 반응이 주목되고 있다.
당초 금개위는 한은독립 등 민감한 사안을 장기과제로 정해 다음 정권의 몫으로 넘길 예정이었으나 강경식 부총리의 강력한 권유에 따라 이를 중기실천과제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보부도 등을 통해 금융감독 체제의 개편 필요성이 높아지고 통화관리방식도 과거의 창구지도등 직접방식에서 간접방식으로 전환되는 등 금융환경이 크게 바뀌어 금개위의 이번 개편안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과거 2차례(88년, 95년)의 한은독립 논란이 재경원(구 재무부)과 한은간의 치열한 업무영역 다툼에 휘말려 파동만 낳은채 무산된 바 있어 이번에 금개위의 개편 의지가 액면그대로 관철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금개위가 마련중인 개편안은 「통화정책은 한은에, 은행감독권은 정부(재경원)에 넘긴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재 재경원장관이 맡고 있는 금융통화운영위원장을 한은총재가 겸직하는 대신 한은 산하의 은행감독원을 분리, 독립시킨다는 내용이다. 물론 이는 추진과정에서 수정될 소지가 있다.
세부사항은 재정경제원이 지난 95년 2월 발표한 한은법 개정안과 기본 골격이 유사하다. 재경원은 당시 은행감독원을 분리 독립시켜 증권·보험감독원과 통합한 금융감독원을 신설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당시 재경원과 한은이 마찰을 빚은 핵심 사안은 은행감독원의 분리문제였다. 한은측은 통화신용 정책의 결정자가 정책의 집행과정을 검사·감독하지 못하면 통화정책의 독립성이 유지될 수 없다며 은감원 분리에 강력히 반발했다.
재경원 등은 중앙은행이 금융감독기구를 겸하고 있는 나라는 유례가 없다며 금융기관의 설립·인가권을 가진 재경원이 금융감독기구를 관장해야 한다고 맞섰다. 또 장기적으로 은행 증권 보험등 금융권역간 겸업화가 진전돼 업무영역구분이 약화될 것이므로 감독기구도 하나로 통합·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95년에는 한은과 재야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하자 청와대가 뒤로 물러서는 바람에 한은법 개정이 무산됐다.
다만 통화정책의 최고의결기구인 금융통화운영위원회 위원장을 한은총재가 겸임토록 해 중앙은행이 통화, 금리, 환율정책을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데는 당시나 지금이나 큰 이견이 없다.
한편 앞으로 추진과정에서 난관이 있겠지만 지금은 당시와 현격하게 상황이 변해 한은법개정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정부개입을 통해 통화, 환율정책을 시행하던 시절에는 감독권을 가져야 통화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한은측 주장이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이젠 통화당국이 시장에 금융기관과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이 바뀌었다. 특히 한보, 삼미부도 등을 계기로 금융감독기구의 통합 등을 통한 금융감독체제의 개편가능성도 높아진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당사자가 아닌 금개위가 개혁차원에서 한은독립및 감독기구의 분리를 추진하고 있어 정책입안 주체의 객관성이 보장된다.
그러나 그동안 규제를 양산해 온 정부에 은행감독권을 넘기는 부분은 시중에 부정적 시각이 많아 금개위안의 실현을 어렵게 할 소지가 많다. 또 일정이 너무 촉박해 법개정에 필요한 세부적인 내용을 철저한 검토없이 추진하다 부작용만 낳고 다시 봉합될 가능성이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이형주>
◎한국은 입장/중앙은 기능 완전보장 해야/통화신용정책 연관없는 일부기능 이관
한국은행은 한은법 개정방향과 관련, 중앙은행으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직 다소간의 이견이 있기는 하나 「모양」보다는 「기능」을, 「명분」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내부의견이 모아져가고 있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원칙적으로 통화신용정책이 한국은행의 고유정책기능으로 1백% 보장될 경우 은행감독원의 일부기능은 정부로 이양해도 무관하다는 것이 한은의 기본입장』이라고 밝혔다.
은감원 기능중에서 통화신용정책과 큰 연관성이 없는 순수검사기능은 정부의 관할로 이양해도 좋지만 신용감독 등 통화신용정책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필요한 부분은 중앙은행이 관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은이 이처럼 한은과 은감원의 분리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통화신용정책의 수행에 필요한 부분만의 감독기능을 보유하겠다고 유연한 자세를 보이는 것은 무엇보다도 통화신용정책이라는 중앙은행의 고유권한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현실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평가된다.
이 관계자는 『지난 94년, 95년에 한국은행이 정부의 한은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했던 것은 정부가 표면적으로는 한은독립을 표방하면서도 금통위구성이나 의장선출, 그리고 통화신용정책수립과 관련해 정부와 사전협의토록 하는 조항을 포함시켜 사실상 독립이 어렵도록 돼 있었기 때문』이라며 『한은이 통화신용정책에 대해 완전한 권한을 가질 수 있다면 정부가 해야 할 금융기관 감독기능을 구태여 붙잡고 있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한은은 현재로서는 금개위의 한은독립안이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분간 지켜 본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한은법 개정안과 관련해 미리부터 방향을 설정해 구체적인 한은입장을 주장하는 것은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는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번 기회가 한은이 명실상부한 중앙은행으로서의 권위를 회복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게 한은맨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김상석>
◎재경원 입장/구개정안과 비슷… 환영분위기/“촉박한 일정”… 법개정여부엔 회의적
재경원 금융정책실은 금개위의 갑작스런 행보에 대해 일단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한은에 통화신용정책을 맡기고 은행감독원을 분리하자는 금개위의 개혁안에 대해 내심 공감은 하고 있다. 금개위의 한은독립안이 지난 95년 재경원이 추진하다 좌절한 방안과 거의 유사하기 때문에 금개위가 이번에 다시 공론화한 것 자체는 반기는 입장이다.
특히 금융기관의 겸업화 가속, 간접통화관리의 정착, 은행을 통한 각종 정책금융의 축소 등을 고려할 때 은감원 분리외에 기존 금융감독기구의 통폐합을 함께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무선에선 과연 금개위가 짧은 시일내에 법개정까지 마칠 수 있을까 회의하는 눈치다.
금개위가 단순한 의견제시 차원을 넘어 실천과제로 한은독립 및 은감원분리 문제를 정식 제기한 셈이어서 상당한 논란과 갈등을 빚을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은행감독원 분리문제에 대해 필사적으로 반대할 것이 분명하고 법처리까지 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 괜히 논쟁만 부르고 일은 매듭짓지 못할까 걱정이다.
현재 재경원은 금개위가 제기한 단기과제 18개를 입법화하거나 시행령등을 고쳐 제도화하기에도 시간이 넉넉지 않다는 생각이다.
때문에 재경원 실무관계자들은 당분간 지켜본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관망자세를 공식적으로 밝힐 입장은 아니다. 무엇보다 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이 금개위에 한은독립 등 중기과제를 앞당겨 실시하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강부총리는 취임기자 회견에서 한은독립과 금융감독기구의 개편이 「개인적인 소신」이라고 밝혔었다.
강부총리는 오는 6월까지를 자신의 임기로 생각하고 처리가능한 일은 그때까지 마무리 한다는 입장이다. 금개위에 대한 이번 요청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돼 귀추가 주목된다.<최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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