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의 외국인 주주측 핵심관계자는 5일 "KB금융지주를 보면 사외이사들이 전문성이 떨어지고 특정 인맥으로 얽히고 설켜있다"며 "주주들이 주주총회에서밖에 역할을 할 수 없어 답답해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외국인 주주들은 세계최대의 주총 안건분석 기관인 미국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를 통해 이번 KB금융지주 사외이사 선임건에 문제제기를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지주는 5년 임기 만료로 물러나는 함상문 사외이사를 제외한 7명과 새로 뽑히는 김영과 후보가 22일 열리는 주총에서 연임 혹은 선임될 예정이다. 이경재 의장을 포함한 사외이사 7명은 임기 1년을 연장한다.
특히 상당수 주주들은 KB 이사회가 ING생명 인수를 부결시킨 것은 주주 이익을 갉아먹는 것이라고 보고 왜 이 같은 의사결정이 됐는지 그 과정에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NG생명 인수 실패가 주가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고 있는 탓이다.
KB금융지주는 ING생명 인수를 추진하면서 신한금융지주와의 시가총액이 2조5,000억원 안팎까지 줄어들었다가 최근 다시 5조원까지 벌어졌다. 주가와 배당에 민감한 외국인 주주 입장에서는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다.
KB금융지주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일부 외국인 주주를 중심으로 주주이익과 무관하게 운영되는 이사회에 불만을 갖고 임기연장건을 문제삼는 것으로 안다"며 "KB 측에서는 외국인 주주의 움직임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설득 중"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외국인 주주들이 이번 사외이사 선임건에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실적이다. KB금융은 지난해 유럽 재정위기 여파 등으로 1조7,745억원을 벌어 2,318억원밖에 배당하지 못했다. 배당성향은 13.1%에 불과하다. 2011년에는 2조3,73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지만 배당은 2,782억원에 그쳤다. 2010년에는 겨우 411억원의 순익을 냈다. 실적이 좋지 않은 데는 이사회 멤버인 사외이사들도 책임이 있는데 모두 임기를 연장하기만 한다는 것이다.
특정 학교 인맥 문제가 두번째다. 서울대 상대 얘기다. 재선임되는 사외이사 7명 중 4명이 서울대 경제학과나 경영학과를 나왔다. 김영과 신임 사외이사까지 합치면 7명 중 5명으로 늘어난다.
전직 관료의 사외이사 입성도 외국인 주주 눈에는 마뜩잖다. 일부 외국인 주주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지주에는 시장 전문가가 필요한데 전직 관료로는 신속한 대응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KB금융의 한 외국인 주주 측 관계자는 "한국의 현실을 잘 알기는 하지만 그래도 너무한 것 아니냐"고 했다.
업계에서는 일부 외국인 주주들의 반발에도 최종적으로 주총에서 이번 사외이사 선임건이 부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악의 경우 표대결까지 갈 수 있지만 주총 안건은 최소 '50%+1주'는 얻어야 한다. 4일 기준으로 KB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이 66.6%에 달하지만 절반 이상의 외국인 주주가 한데 뭉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현재 KB금융 외국인 주주들의 움직임은 우리나라 금융지주사들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을 평가한다. 이사회가 주주를 위한 결정을 내리지 않아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임기를 보장 받는 구조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경고이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대리인 문제'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뤄질 움직임으로 보면 된다"며 "국내 금융지주사들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KB금융 측은 이에 대해 "일부 외국인 주주들이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확인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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