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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 이름 빼고 다 바꿔… 박문덕 회장 끝장 승부

OB·롯데·수입 맥주 공세에 21년만에 전면 리뉴얼 단행

알코올 도수 4.3도로 낮추고 맛·품질 높인 뉴 하이트 출시



박문덕(64·사진) 하이트진로 회장이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세계 최대 맥주 회사인 AB인베브에 인수돼 한국시장 공략에 시동을 거는 OB맥주와 롯데맥주라는 신규 플레이어의 등장, 수입 맥주의 공세 등 정글 게임을 앞두고 하이트 맥주의 전면 리뉴얼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박 회장은 이름만 빼고 완벽히 새롭게 태어난 '비밀 병기'를 앞세워 3년 전 OB맥주에 빼앗긴 왕좌를 탈환하겠다는 각오다.

하이트진로는 오는 3일 80년 양조기술 노하우를 집약해 맥주 품질을 글로벌 수준으로 높여 전면적인 리뉴얼을 단행한 프리미엄 라거 '뉴 하이트'를 출시한다고 30일 밝혔다. 상표 디자인 뿐 아니라 제조공정까지 전 부문에 걸쳐 신제품 수준으로 모두 바꾼 것은 1993년 하이트 맥주 탄생 이후 21년만이다.

뉴 하이트는 올 초 맥주 품질 세계화를 위해 하이트진로가 구축한 월드비어얼라이언스(WBA)를 통한 공동연구의 첫 결과물로, 지난 1월부터 독일 맥주전문 컨설팅 업체인 한세베버리지와 공동연구를 진행해 왔다.

회사측에 따르면 뉴 하이트는 전 세계 라거 트렌드에 맞게 기존 알코올 도수를 4.5도에서 4.3도로 낮춰 목 넘김이 부드러운 새로운 맛을 구현했다. 현재 미국 1위 브랜드 버드라이트가 4.2도, 1인당 맥주소비가 가장 많은 체코의 필스너우르켈은 4.4도로 4.5도 이하가 세계적인 트렌드다.



공법도 새롭다. 청량감을 위해 전 공장의 온도를 0도 이하로 유지시켜 최적의 상태에서 맥주의 불순물과 잡미를 제거하는 '빙점여과공법'이 그것. 21년간 변함없던 브랜드 로고는 국내 최초 맥주회사의 역사성과 정통성을 강조한 서체로 바꿨고, 상표는 맥주 제조공정과 제품 특징을 도식화한 인포그래픽 형식으로 디자인했다.

박 회장이 뉴 하이트 카드를 꺼내든 것은 마지막 승자만 살아남는 '헝거게임'에서 '개과천선'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에 봉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AB인베브 품에 안긴 OB맥주와 막대한 유통망을 앞세운 신규 주자 롯데맥주의 '클라우드'는 올해 연간 2조원대의 맥주 시장을 놓고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오는 6월 월드컵이라는 주류업계 최대 호재를 맞아 맥주 시장의 빅뱅이 예고된 상태다. 더욱이 지난해 폭발적으로 증가한 다양한 수입 맥주들의 공세가 올해도 계속되면서 주도권 싸움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서울과 수도권 지역, 젊은 층에 취약한 하이트진로는 신제품을 통해 현재 4대6으로 뒤진 시장 점유율을 끌어 올려 2~3년 내 OB맥주, 롯데맥주와의 3강 체제에서 1위를 탈환한다는 목표다. 그는 최근 대표이사 자리까지 전문경영인에 넘겨주면서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은 "세계적인 트렌드에 맞춰 맛과 품질을 개선한 뉴 하이트는 기존 국산 맥주 뿐만 아니라 수입 맥주의 성장을 저지할 수 있는 최적의 반전 카드"라며 "20년간 300억병 이상이 팔린 한국 대표 맥주로 신시장 개척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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