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계가 전반적으로 불황을 이어가는 가운데 항공기와 부품을 제조하는 항공우주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국내 시장에 의존하는 우물 안 개구리였지만 대한항공과 한국항공우주(KAI)가 기술 및 수출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하면서 수익성과 성장성을 모두 인정받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항공우주사업본부는 지난 상반기 48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지난해 상반기 96억원보다 5배나 성장했다. 항공우주사업부의 이 같은 흑자 규모는 특히 회사 전체 영업이익 14억원의 33배에 이르는 수치다. 항공우주사업본부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에 불과하지만 영업기여도는 3,000%를 넘어서며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보잉 차세대 항공기 787의 복합재 구조물과 에어버스 350 기종의 카고 도어, A320의 샤크렛 등 부품 수요가 늘면서 2·4분기 실적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국항공우주(KAI) 역시 고공비행을 이어가고 있다. KAI는 해외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 상반기 영업이익 74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신장했다. 매출 역시 1조1,017억900만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8.1% 늘었다. KAI는 올해 창립 이래 최대 규모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우주사업 성장이 본격화되면서 투자자금도 몰리고 있다. KAI가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최근 실시한 수요예측에서는 예정액에 3배에 가까운 5,500억원이 몰렸다. 수익증가에 힘입어 KAI 신용등급도 A+에서 AA-로 올라섰다.
두 회사의 이 같은 성장은 해외 수출이 본격화된 데 따른 결과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 항공산업은 정부 이외에는 마땅히 판매처가 없어 수익과 성장이 정체됐다. 이후 대한항공의 경우 기술력과 구매력을 바탕으로 보잉과 에어버스 등에 부품 공급을 시작하면서 수출량이 지속 성장하고 있다. KAI 역시 고등훈련기 등의 해외 수출이 늘고 있다.
특히 업계는 항공우주사업이 성장할수록 국가 경제 구조 전체가 선진화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성용 KAI 사장은 "국내 항공 기술이 이제 선진국과 맞먹을 정도로 성장한 만큼 항공우주사업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초일류 국가로 발전하는 데 반드시 같이 가야 하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실제 고등훈련기 T-50 1대를 수출할 경우 중형자동차 1,250대를 수출하는 효과가 있다고 KAI 측은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와 수출 효과 등에 힘입어 업계는 항공우주 분야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부산 제2테크센터 건립 등을 통해 지난해 7,642억원 수준인 매출을 2020년 3조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KAI 역시 최근 소형 민수헬기 개발사업 수주에 따라 약 1,000명 이상의 석·박사급 연구개발(R&D)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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