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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LG전자의 창원2공장.
청소기들이 가지런히 열 맞춰 컨베이어벨트 위를 흐른다.
막대처럼 살포시 솟은 바코드 시스템이 지나가는 청소기의
호스와 노즐·파이프 등 액세서리에 문제가 없는지 스캔한다.
이어 카메라가 박스에 투입되는 엑세서리가
제대로 포장되는지 점검한다.
마지막으로 내용물이 빠져 무게가 미달인 포장 박스는
자동저울 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라인에서 빠져나와 작업자들로부터 점검을 받는다.
바코드·카메라·자동저울로 이뤄진 포장 설비는 지난해 상반기 LG전자가 청소기 생산라인에 새로 도입한 시스템이다.
LG전자가 이 시스템 마련으로 생산성을 34%나 끌어올린 것은 당장 올 상반기 프랑스·독일·스페인·호주·중국 등 16개국에 '코드제로(무선)' 청소기를 출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2003년 로봇 청소기, 2013년 침구 청소기, 지난해 핸디스틱에 이어 올 초 일반 청소기(싸이킹)까지 무선 제품을 내놓으면서 세계에서 처음으로 코드제로 풀 라인업을 구축했다.
현재 글로벌 청소기 시장 규모는 140억달러(15조2,992억원) 정도다. 영국의 프리미엄 브랜드 다이슨이 20% 수준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LG전자·삼성전자·후버 등의 업체는 10% 안팎으로 2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LG전자와 달리 다이슨은 핸디스틱 모델만 무선 제품을 시판하고 있다.
LG전자가 다이슨도 선뜻 하지 못한 무선 풀 라인업 확보에 선제적으로 나선 것은 '글로벌 1등 업체'에 대한 분명한 목표 때문이다. 신석홍 LG전자 청소기 사업담당 상무는 "코드제로 청소기로 시장을 얼마나 키워가느냐가 관건"이라며 "다이슨 이상의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정받는 것, 다이슨을 이기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이 목표가 허언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는 제품 성능의 우수성 때문이다. 코드제로 청소기의 핵심경쟁력은 선을 없애 사용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면서도 그룹 계열사인 LG화학의 배터리 기술을 이용해 강력한 성능을 탑재했다는 점이다.
싸이킹 모델의 경우 80V 배터리를 500회 충·방전한 후에도 80% 이상의 성능을 유지하도록 개발됐다. 신석홍 상무는 "주 1회 청소를 한다고 가정하면 10년 동안 제품을 바꿀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핸디스틱 모델은 마치 핸드폰처럼 배터리 교체가 가능한 '듀얼 배터리팩' 기술을 적용해 70분 동안 충전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윤석원 LG전자 청소기 상품기획 부장은 "차세대 청소기 개발을 위해 9개국 5,000명의 고객을 심층 조사한 결과 약 70%의 무선 제품 사용자가 청소 중 배터리 방전을 불만 사항으로 꼽은 점에 주목했다"고 전했다.
연구원들은 이곳 창원공장에서 제품을 출고하기 전 500시간 동안 서울~부산의 왕복 거리에 해당하는 900㎞ 정도를 움직여보는 성능 테스트를 진행한다.
이 같은 엄격한 검증을 바탕으로 한 제품 경쟁력 덕분에 고가(최대 119만원)의 프리미엄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고객 반응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올해 1·4분기 기준으로 코드제로 청소기의 전체 매출은 LG전자의 국내 청소기 매출의 46%를 차지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특히 3월에는 50%를 넘어서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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