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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입찰 외국인 투자 제한] 채권단 모럴해저드 논란

파는 사람이 사는 사람에 대출도 해주고 이자놀음… <BR>지분 보유 주요은행들 "지분팔고 인수금융도…" <BR>SKT·STX와 접촉, 매각정보 유출 우려

'지분도 팔고 대출도 하겠다고?' 하이닉스반도체 매각을 담당한 채권단(은행)이 인수업체를 대상으로 인수금융까지 하겠다고 나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물건을 파는 사람이 사는 사람에게 돈을 대주고 여기에서 이자를 따먹겠다는 논리다. 이해상충과 정보유출 우려가 나오는데 이른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하이닉스 매각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채권단은 전체 지분의 15%를 갖고 있다. 이중 은행권에서는 외환(3.42%), 우리(3.34%), 신한(2.54%), 농협(0.54%) 등이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미 주요 은행은 앞다퉈 인수금융을 하겠다고 예비실사업체인 SK텔레콤과 STX를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과 STX는 오는 9월 중순께 실시되는 본입찰에서 자금조달 계획을 내야 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당장 하이닉스 인수 때 돈을 빌려가지 않더라도 앞으로 운영자금 등으로 자금이 필요할 것을 감안해 이를 선점하기 위한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인수금융 문제로 예비실사업체 관계자를 만나고 있는데 하이닉스 지분을 갖고 있는 은행들도 인수금융을 하겠다고 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은행들은 대부분 다 참여하고 싶어한다"며 "요즘같이 딜이 없는 상황에서 인수예상가가 2조2,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예상되는 하이닉스는 큰 건"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하이닉스 지분을 보유한 외환ㆍ우리ㆍ신한 등 은행들이 인수금융에 참여하게 되면 파트너사(예비실사업체)에 매각정보를 전해주거나 이해상충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벽을 친다고는 하지만 대출해주는 쪽에서는 자신이 돈을 빌려주려는 업체가 우선협상 대상자가 돼야 이익을 남길 수 있다"며 "지분도 팔고 대출도 해준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매각가를 최대한 높여야 하는 채권단(은행) 입장과 매수자는 상황이 다른데 사는 사람 편에서 돈을 빌려준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 등 일부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이와 관련해 지분투자를 한 업체에 대해서는 매각자문이나 대출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해상충 요소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외국계 IB 관계자는 "지분매각과 인수금융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최소한 주관은행은 인수금융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관은행인 외환은행은 이와 관련해 하이닉스 인수금융에 참여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외환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해상충 요소 등 때문에 어떻게 할지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현대건설 매각작업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자체자금으로 인수해 이 같은 문제가 구체적으로 불거지지는 않았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지분을 어느 정도 갖고 있는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데 구체적으로 그 수준을 정하는 게 쉽지 않다"며 "지금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이해상충 요소나 정보유출 가능성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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