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린 뒤 한달 이상 이자를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의 낙인이 찍힐 위기에 몰린 이른바 '프리워크아웃(잠재 신불자)' 신청 규모가 올 1ㆍ4분기에 같은 기간 기준으로 또다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경기불황과 더불어 부동산시장 침체로 이자조차 제대로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가계여신 억제조치를 강제하면서 추가 대출을 받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가계부채가 이미 900조원을 넘어 1,000조원 시대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잠재 신불자'의 급증세가 이어짐에 따라 사회 전반의 신용위험을 드러내는 적신호 빛깔이 갈수록 짙어지는 모양새다.
15일 금융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1ㆍ4분기 신용회복위원회에 신청한 프리워크아웃 건수가 4,256건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2,834건)와 비교해 50% 이상 급증한 수치이자 이 제도가 도입된 이듬해인 2010년 1ㆍ4분기의 886건에 비해 무려 5배 가까이 폭증한 규모다. 또 지난해 전체 신청 건수(1만4,497건)의 30%에 달한다.
프리워크아웃은 연체기간이 1개월 초과, 3개월 미만에 총 채무액이 5억원 이하인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회복 절차로 6개월 이상 연체해 채무불이행자로 전락할 위험이 있는 채무자를 사전에 구제하겠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
프리워크아웃 신청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가계부채의 신용 문제가 금융권 부실로 현재화하기 직전에 도달했다는 비상벨이 울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더욱이 큰 문제는 특히 최근 프리워크아웃 신청자 중에는 비은행권 대출이나 생계형대출ㆍ신용대출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비은행권 대출의 경우 지난해 4ㆍ4분기 기준 499조1,188억원을 기록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ㆍ4분기의 438조3,268억원보다 14%가량 많았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계대출 증가율을 억제하려는 움직임에 따라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난 것도 최근 프리워크아웃 신청자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용회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와 시중은행 가계대출 축소 등의 움직임으로 경기에 취약한 서민층을 중심으로 단기채무 증가 등 가계부실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가계부실이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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