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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을 위한 CEO 특강] 심재명 명필름 대표 숙명여대 강의

청개구리 기질로 용기 샘솟게하고 창의력 키워야<br>어떤 사람이 됐느냐 보다 되고자 했느냐는 과정 중요<br>한국 영화산업 호황 중심에 여성 영화인 약진도 한 몫

심재명 명필름 대표가 28일 숙명여대에서‘미래를 준비하는 대학생을 위한 CEO 초청 특강’의 강연자로 나와 한국 영화의 현재와 여성 리더의 역할에 관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호재기자

"개인이 지닌 빼어난 능력도 중요하지만 상대가 지닌 남다른 능력을 끄집어내 빛을 발하게 하는 것도 리더의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28일 숙명여대 진리관에서 진행된 '미래를 준비하는 대학생을 위한 CEO 초청 특강'에서 대학생들에게 물밑에 잠긴 '타인의 재능을 읽는 능력'을 리더가 가져야 할 덕목으로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건축학개론'이란 영화는 10년간 내용이 올드(old)하고 세련되지 못하다며 뭇 제작자들로부터 수차례 거절당하며 충무로를 떠돌던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명필름은 그 올드한 부분에서 당시 영화계가 간과했던 맑고 순수한 정서를 읽었다"며 "남들이 아니라고 외친 부분에서 가능성을 읽고 상대의 숨겨진 재능을 발굴해 키우는 게 한 분야에서 두드러진 결과물을 얻는 한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 한국영화 그리고 여성 인재

20여년간 영화라는 한 분야에만 몸담으며 영화 명가 명필름을 이끈 심 대표는 업계는 물론 여성 리더의 대표적 역할 모델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한국 영화산업의 호황과 그 중심에 여성 영화인의 약진도 한몫했다"며 영화 업계 여성인재의 현주소를 전하기도 했다.

심 대표는"지난해 영화 '화차'를 만든 변영주 감독, '연애의 온도' 노덕 감독에 이어 올해는 '감시자들' '숨바꼭질'이라는 흥행작 뒤에 능력 있는 여성 제작자가 있었다"며 "아직 영화산업 현장에서 수적으로 열세에 있지만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는 이들 여성 영화인이 산업 발전에도 큰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성이 영화 기획ㆍ마케팅 등 특정 분야에만 몰려 있는 등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부분이 아직 많다"며 "국내 영화 제작 현장에 마치 야전사령관처럼 남성적인 리더십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팽배하지만 협업이 주로 이뤄지는 영화 현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여성의 '배려'와 '공감' 능력이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며 적극적인 여성인재의 활약을 응원했다.

■ 영화에서 읽는 인생의 진리

"누군가 걸었던 길을 그대로 걷는 건 그저 아류(亞流)로 남을 확률이 높습니다. 꽃이 저마다 피는 시기가 다르듯 자신의 재능이 빛을 발하는 시기도 제각각이지 않습니까? 남이 가지 않는 길에 기회가 있으니 오기를 가지고 차근차근, 치열하게 노력하길 바랍니다."



심 대표는 꿈과 자유를 찾아 양계장을 탈출해 세상 밖으로 나온 암탉과 청둥오리의 용기 있는 도전을 그린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을 예로 들어 '도전과 용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지난 2011년 한국 영화 최대 수확으로 꼽히는 국산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의 선전은 명필름의 가치를 한층 높인 작품 중 하나다. 7년에 걸친 제작기간에 지치기도 했고 처음 시도하는 애니메이션이라 시행착오도 많았다. 가장 큰 난관은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선입견과 불신이었다. 제작자로서 제작비를 모금하고 배급 일정을 잡는 일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인고의 시간을 뒤로 하고 200만 관객을 동원, 한국 극장판 애니메이션 최다 관객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그는 "본래 영화는 낯선 대중과 소통하는 것이다. 재미있고 재미없는 특정 분야가 있는 게 아니다. 늘 당시 전체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트렌드에 반하는 내용에 과감히 도전하고 드라이브를 걸었던 게 폭발력을 가졌던 것 같다"며 "인생 경영도 마찬가지다. 관성적으로 움직이고 매너리즘에 빠지기보다 '청개구리 기질'을 활용해 용기를 샘솟게 하고 창의력의 근간으로 삼으라"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대신 시작은 늘 신중해야 한다"며 "도전이 시작됐으면 갈까 말까 망설임 없이 순간순간의 결과를 받아들이고 앞으로 묵묵히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통해서는 '공감의 힘'과 결과보다 '과정'에서 얻는 삶의 지혜를 강조하기도 했다. 2008년 명필름이 제작한 영화 '우생순'은 '스포츠 영화=흥행 저조'라는 당시 충무로의 징크스 아닌 징크스를 과감히 깨뜨리며 500만 관객을 모은 흥행작품이다. 실화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으레 스포츠 영화에서 기대하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 장면과 리얼리티(현실감)가 도드라진 영화는 아니었다. 대신 소외된 스포츠 장르에 속하는 핸드볼 선수들의 경기 준비 과정과 '아줌마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하며 하나가 되는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드라마틱하게 그려내 진한 감동과 희망을 동시에 안겨줬다. 심 대표는 "'우생순'은 회사 내부에서조차도 고개를 내저었던 작품이었다. 단순히 이전의 흥행수치나 결과만 바라보거나 트렌드를 좇으려 한다면 외려 패착에 이르는 것 같다"며 "늘 동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시대적 관심을 고민하고 그간 다루지 않았던 시선으로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이어 '우생순'에 담긴 영화적 메시지를 빌려 미래를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조언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어느 순간부터 결과 지상주의 혹은 성공에 대한 맹목적인 열망에 매여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어떤 사람이 됐느냐'보다 '어떤 사람이 되고자 했느냐'를 스스로 묻고 답하는 그 과정이 훗날 미래를 설계하는 이들에게 더 중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 심재명 대표는



▲1963년 서울 ▲1987년 동덕여대 국어국문학과 ▲1988년 서울극장 겸 합동영화사 기획실 ▲1992년 명기획 설립 대표 ▲1995년 명필름 설립, 남편 이은과 공동대표 ▲2001년 추계예술대 겸임교수 ▲2005년 명필름ㆍ강제규필름 합병한 'MK픽처스' 대표 ▲2005~2008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 ▲2010년 회사명'명필름'으로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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