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아프면 만사 헛일… 1년 건강계획 세워볼까
● 월별 관리 요령
/송대웅의학전문기자 sdw@sed.co.kr
연초에는 한 해 동안 이루고 싶은 소망과 계획들을 생각하게 된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건강이다. 사실 건강은 특별한 소망이라기보다는 우리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도 있다. 건강해야 다른 계획들도 세우고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새해에는 건강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계절과 달이 바뀔 때마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포인트를 미리 알아두면 여유 있게 대처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선우성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계사년 한 해 월별 건강관리 요령을 살펴본다.
▦1월: 금연 시도, 감기와 독감∙낙상 조심
시작이 반이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건강을 위한 생활습관 점검이 필요한 때다. 연초에는 금연 시도가 많아진다. 금연을 하고 싶은 사람은 자신의 금연 시도를 주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 좋다.
뇌혈관질환(뇌졸중)과 심혈관질환(심근경색∙협심증)에 의한 사망률이 매우 높은 달이다. 평소에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협심증을 앓고 있거나 뇌졸중 병력이 있는 환자들은 갑자기 추운 곳으로 나가거나 갑자기 운동을 시작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60대 이상 노년층이라면 급할 때 연락할 수 있는 병원과 가족의 연락처를 보기 쉬운 곳에 붙여두는 것이 좋다. 독감과 감기 역시 주의해야 한다. 외출 후 양치질과 손 씻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며 비타민 보충을 위해 야채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한다. 빙판길 보행시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 다치는 낙상도 많이 발생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2월: 실내습도 유지하고 조금씩 활동량 늘려야
실내의 습도가 떨어지는 계절이다. 이로 인해 코나 기관지 점막이 마르고 피부가 건조해질 수 있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피부가 가려우며 가려움이 심해져서 불면증까지 생기는 환자들도 있다. 심하게 긁다가 진물이 나거나 이차적인 세균 감염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적정 실내습도 유지에 신경을 써야 한다.
또한 일조량 감소와 추운 날씨로 체내에 멜라토닌 호르몬의 분비가 줄어 마음이 우울하고 몸도 위축해지기 쉽다. 겨울 레포츠나 취미생활로 기분도 전환하고 바깥 출입을 활발히 하는 등 활동량을 늘리는 것이 좋다.
▦3월: 일교차에 따른 건강 주의, 춘곤증 예방
일교차에 따른 기후변화로 신체리듬도 흔들릴 수 있다. 난방과 옷차림에 주의를 기울여 보온에 신경을 쓰며 비타민과 단백질도 충분히 섭취한다. 충분한 휴식으로 과로를 피하며 양치질 등 개인 위생에도 만전을 다한다.
상대적으로 긴 겨울에 적응했던 신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피로감이 잘 나타나 시도 때도 없이 졸리며 업무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춘곤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춘곤증을 이기기 위해서는 냉이∙달래∙미나리∙도라지 등의 봄나물과 신선한 채소, 과일을 많이 섭취하되 전체적으로 소식하고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을 하며 충분한 수면을 취하도록 한다. 낮 시간에 많이 졸릴 때에는 잠깐 눈을 붙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4월: 알레르기성 질환과 황사 조심
꽃가루가 날리고 대기 중에 이물질이 많아져 각종 알레르기성 질환의 발병 가능성이 높다. 눈물, 콧물, 재채기, 잦은 기침 등의 호흡기계 증상을 주로 일으키며 피부 가려움증이나 눈 주위의 부종∙소양감 등도 일으킨다.
증상이 심해 사회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불면증이 생길 정도로 괴로운 사람들은 3월 초부터 4월 말께까지 항히스타민제제를 예방적으로 복용함으로써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황사가 심할 때는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며 외출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한다. 노인, 어린이, 만성 폐질환자는 특히 주의하며 외출 후 반드시 양치질과 세안을 한다.
▦5월: 자외선차단 신경 써야, 뇌염 예방접종 실시
날이 따뜻해지면서 본격적으로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계절이다. 산과 들, 공원으로 나갈 때 벌을 비롯한 각종 곤충∙벌레∙뱀 등에 많이 물릴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외출시 곤충을 자극할 수 있는 화려한 색의 옷을 피하며 짙은 향수도 가급적 뿌리지 않는다.
봄볕의 자외선도 여름철 못지않게 강하므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이 좋다. 또한 여름 기분을 내려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외출했다가 환절기 감기에 걸릴 수 있으므로 얇은 옷을 여벌로 걸치는 센스도 필요하다.
뇌염 발병 가능성이 높은 1~15세 소아는 뇌염 예방접종을 시행하고 늦어도 6월 초까지 접종을 마치도록 한다.
▦6월: 손 씻기로 눈병 예방을
초여름에 기승을 부리는 눈병의 대부분은 눈의 결막에 바이러스가 감염돼 생기는 것이다.
눈병은 환자의 눈물, 눈을 비빈 손을 통해 다른 물건으로 옮겨지고 다시 그것을 만진 손이 그 사람의 눈에 바이러스를 옮겨 전염된다. 따라서 손을 열심히 씻을 경우 후속 환자의 발생은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7월: 냉방병∙식중독 주의를
에어컨을 가동하면서 냉방병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게 된다. 1시간에 한 번씩 환기를 하고 강한 냉방을 피하며 실내외 온도 차이를 5~8도 정도로 유지하되 실내 습도를 높여야 한다.
여름철 배탈∙설사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자극이고 다른 하나는 식중독이다. 여름철에 덥다고 계속 찬 음료를 마시거나 밤에 이불을 덥지 않고 자면 설사를 할 수 있다. 이런 자극에 의한 설사는 보통 기다리기만 하면 멈추므로 특별한 치료가 필요치 않고 심한 탈수만 조심하면 된다. 식중독 예방을 위해 물을 끓인 후 식혀서 마시고 조리시에 특별히 위생에 주의하며 음식 재료의 유효기간을 살펴봐야 한다.
▦8월: 일광화상∙열사병 주의를
강한 햇볕에 노출돼 4~8시간이 지나면 피부가 빨갛게 되고 통증이 있으며 심하면 물집이 생기기도 한다. 또한 얼굴과 팔 다리가 붓고 열이 오르는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는데 이를 일광화상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구름이 없는 맑은 여름날 오전11시부터 오후2시까지의 강한 햇볕은 피하는 것이 좋다. 자외선 차단제는 필수다.
햇볕과 함께 오랫동안 더위에 노출될 경우에는 열경련∙열피로∙열사병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노년, 심장질환자, 비만, 항우울제나 항히스타민제 등을 복용하는 사람들은 더 위험하다.
▦9월: 가을철 전염병 조심, 추석 연휴 건강관리 신경 써야
가을철 3대 전염병인 유행성출혈열과 렙토스피라∙쓰쓰가무시병을 조심해야 한다. 특히 유행성출혈열은 흔하지는 않지만 일단 걸린 경우에는 치명적이므로 산이나 들에 나갈 때는 반드시 긴소매 옷을 착용해 피부를 노출시키지 않도록 한다.
잔디밭이나 풀밭에 앉거나 눕지 않도록 하며 옷을 풀밭에 벗어두지 않도록 하고 돌아오면 반드시 깨끗이 세탁한다. 고열을 동반한 몸살감기 기운이 2~3일 지속되면 꼭 의사를 찾아야 한다.
추석 연휴에는 과음∙과식에 의한 배탈∙설사∙숙취에 주의하고 특히 장시간 운전, 피로 운전 등에 의한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
▦10월: 환절기 감기 조심, 독감 예방주사 접종 시작
일교차가 심해지는 환절기이므로 감기에 조심해야 한다. 독감 예방주사도 맞아야 한다. 65세 이상의 노년층과 면역이 억제돼 있는 환자, 당뇨병이나 신부전을 앓고 있는 환자, 만성 폐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서는 보통 감기와는 달리 독감이 치명적일 수 있는 만큼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11월: 건강검진 시기, 피부건조증 조심
가을을 넘기면서 꼭 해야 할 일 중의 하나가 바로 건강검진 계획을 짜는 일이다. 의료보험공단에서 시행하는 검진도 해가 가기 전에 받아야 하므로 이 시기에 예약을 해야 한다. 연말이 돼 바쁘고 모임이 많아지기 전인 11월에 건강을 체크하도록 하자. 가을에서 겨울로 바뀌면서 기온도 크게 떨어져 실내 난방을 시작하는 시기이다. 기온 차가 심해지고 건조해지므로 피부건조증과 안구건조증을 조심해야 한다.
실내 습도를 유지하고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한다. 피부건조증이 심해지면 비누 사용을 줄이고 샤워 후에 로션을 충분히 발라주면 도움이 된다.
▦12월: 과음 자제, 만성 질환자 건강관리 주의를
연말연시에는 술자리가 많아져서 건강을 해치거나 갑작스런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주 2회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 술 마시기 전에 마시는 숙취 예방 음료를 너무 과신해서는 안 된다. 음주 중에 흡연하지 말고 음주 후에는 과일∙주스∙꿀물∙콩나물국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특히 술 마신 다음날 두통이 있다고 아스피린 같은 소염진통제를 먹는 것은 금물이다. 위벽이 자극돼 출혈성위염을 일으킬 위험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올라가거나 심근경색증∙뇌졸중의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에 심혈관질환∙호흡기질환∙고혈압 등의 만성 질환자는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찬바람에 "훌쩍~ 에취"… 감기 걸렸나?
임소형기자
언제 왔었냐는 듯 훌쩍 떠나버린 가을의 자리를 겨울이 꿰차고 앉았다. 스산한 가을 바람에 눈물이 날 것 같더니 어느새 매서운 겨울 바람에 콧물이 흐른다. 여느 해보다 급히 찾아온 추위에 제일 먼저 고생하는 건 바로 코다. 찬바람만 쏘이면 콧물과 재채기가 계속 나오고 코가 막히기까지 한다. 그저 코감기려니 생각하기 쉽지만, 비염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런데 비염이라고 다 같은 비염은 아니다.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비슷할지 몰라도 원인이 제각각이다. 왜 생겼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다.
찬바람 쏘이면 콧물·재채기 심해져
요즘처럼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찬바람을 쏘일 때만 유독 콧물이나 재채기, 코 막힘이 심해진다면 일단 한랭성 비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난 직후 증상이 심한 사람이면 더욱 가능성이 높다.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갑자기 콧속으로 들어가면 순간적으로 코 내부의 점막이 붓고 혈관이 팽창된다.
보통은 일시적으로 팽창됐다 바로 원래 상태로 돌아가지만, 한랭성 비염일 땐 약간의 추위에도 콧속에서 부은 부위가 원래대로 잘 회복되지 않는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문제가 생기면서 코가 막히고 콧물 분비샘이 제대로 기능을 못해 콧물이 계속 흐르게 되는 것이다.
한랭성 비염은 처음엔 대수롭지 않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이 점점 심해진다. 그래서 많은 환자들이 초기에 감기약에 의존하다 증상을 키우곤 한다. 감기약을 먹어도 1주일 이상 증상이 계속되면 이비인후과에서 정확히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코전문클리닉 정도광 원장은 "한랭성 비염에는 일반적인 비염 치료제가 아니라 스테로이드제를 쓰는데, 이미 만성화해 약으로 별 효과가 없다면 수술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계속 부은 채로 있는 콧속 부위 일부를 레이저로 잘라내는 방식이다.
특정물질 거부하는 과민반응
가장 흔한 비염은 알레르기 비염이다. 전체 비염의 절반 정도로 코에 생기는 천식이라고 보면 된다. 특정 원인물질(항원)이 기관지에서 과민반응(알레르기)을 일으키는 병이 천식이라면, 비염은 과민반응이 콧속 점막에서 일어나 재채기나 콧물, 코 막힘, 코 가려움증 같은 증상을 일으키는 병이다. 집 먼지, 진드기, 곰팡이, 꽃가루, 애완동물의 털이나 비듬 등이 주요 항원이다.
이론적으로 알레르기비염은 항원이 코로 들어오는 것을 완전히 막거나(회피 요법), 과민 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몸을 개선하면(면역 요법) 완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회피 요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이정권 교수는 "환자에게 항원을 소량씩 투여하면서 몸에서 스스로 항체(과민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는 물질)가 생기게 해주는 면역 요법이 가장 이상적인데, 비용이 많이 들고 3~5년 정도로 오래 걸린다는 게 단점"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스테로이드제나 항히스타민제 같은 약을 함께 쓰는 게 보통이다. 잠을 못 잘 정도로 코가 심하게 막히면 레이저로 콧속 점막을 태워 민감도를 떨어뜨리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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