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글로벌 채권금리 급등과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 등 대외악재에 장중 2,100선이 무너졌다. 특히 국내 채권금리 상승 여파로 '상승장의 바로미터'로 여겨져온 증권업종이 8% 이상 급락했다. 이 때문에 국내 증시가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들어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반면 일정 부분 조정을 거치면 기업실적 개선 등을 재료로 다시 상승 추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도 여전히 살아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30%(27.64포인트) 내린 2,104.59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40포인트 가까이 급락한 2,095.60까지 떨어지며 심리적 저항선인 2,1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개인(1,095억원)과 외국인(956억원)이 동반 순매수에 나섰지만 2,175억원어치를 팔아치운 기관의 매도 공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철강·금속(0.86%)과 운송장비(0.04%)를 제외한 모든 업종이 하락 마감했다.
코스닥시장 역시 내츄럴엔도텍의 '가짜 백수오' 후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거래 전일 대비 1.76%(11.96포인트) 내린 665.94에 장을 마치며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날 코스피에서는 그동안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던 증권주들이 폭락하며 충격을 더했다. 증권업종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03%나 급락하며 모든 업종 가운데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KDB대우증권(006800)(-11.78%)과 교보증권(030610)(-10.46%), 삼성증권(016360)(-9.49%), 현대증권(003450)(-7.91%), 미래에셋증권(037620)(-7.22%), NH투자증권(005940)(-6.90%) 등 대형 증권사들의 부진이 더욱 두드러졌다.
올 들어 상승 랠리의 주도주로 꼽히던 증권주가 일제히 폭락한 것은 최근 증시의 조정 가능성과 더불어 채권금리 반등에 따른 평가손실 우려가 직격탄이 됐다. 지난달 24일 장중 2,190선에 근접하며 내심 2,200 돌파도 기대했던 코스피는 이후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숨 고르기를 이어가고 있다. 결국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지난달 하루 평균 10조원을 가볍게 넘기던 거래대금은 이날 8조원대까지 줄어들었다.
특히 최근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증권사의 채권평가이익 부문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 1·4분기 증권사들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채권평가이익의 실적 기여도가 높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최근 채권금리가 급등하면서 금리하락에 베팅해온 증권사들의 2·4분기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날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KDB대우증권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 채권 보유물량이 가장 많은 곳 중 하나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형 증권사의 경우 전체 실적에서 채권평가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하반기로 갈수록 금리인상에 대한 부담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상승장의 '바로미터'로 여겨져온 증권주들이 급락한 가운데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과 미국 경제지표 부진 등 대외 불확실성까지 높아지면서 국내 증시가 본격적인 조정 국면으로 돌입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수 강도가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고 당장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도 낮다"며 "기존 상승 요인들의 동력 저하로 당분간 코스피의 탄력적인 흐름은 지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증시 상승 추세는 고점을 찍고 일단락된 듯하다"며 조정 기간에 돌입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내 증시가 유럽재무장관회의가 열리는 다음주 초반까지 단기 조정을 거쳐 이달 중순 이후 다시 추가 상승을 모색할 것이라는 의견이 여전히 우세하다. 은 센터장은 "최근 국내 증시가 단기 급등한데다 대외 변수의 불확실성까지 높아지면서 일정 부분의 조정은 불가피하다"며 "다만 기업들의 실적 개선과 배당 확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지수가 2,100선 밑으로 내려가면 밸류에이션 매력이 다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도 "주요 아시아 신흥국 가운데 한국의 1·4분기 실적개선 속도가 가장 빠른데다 최근 조정의 빌미를 제공했던 원·엔 환율도 점차 안정세를 되찾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국내 증시의 상승 추세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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