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보기술(IT)시장의 패권을 놓고 치열한 특허소송전을 치르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이번주부터 미국에서 본안소송에 돌입한다. 세계 최대 IT시장에서 열리는 이번 소송의 결과에 따라 글로벌 모바일시장의 판세도 뒤바뀔 거것으로 전망돼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은 30일(현지시간)부터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에 대한 본안소송을 시작한다. 이번 소송은 기존과 달리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양측의 입장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안의 중요도가 높고 소송에 대한 영향력이 큰 만큼 이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리겠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소송 심리가 매주 최소 3일 이상 열리며 이를 감안했을 때 이르면 4주 안에 결론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애플이 주장하는 디자인 특허와 삼성전자의 이동통신 특허다. 법원이 어느 한쪽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면 양사는 로열티 협정을 맺고 조기에 소송전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있다.
애플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와 태블릿PC '갤럭시탭' 시리즈가 디자인 특허와 사용자환경(UI) 특허를 무단으로 침해했다며 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후발 주자인 삼성전자가 디자인을 도용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애플이 3세대(3G) 이동통신 특허를 침해했다며 반격을 펼칠 채비다. 3G 통신망을 이용하는 단말기를 제조하려면 삼성전자에 로열티를 지급해야 하지만 애플이 무임승차하고 있어 손해배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오광일 엔씨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양사가 주장하는 특허 대부분은 이미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기술이어서 법원으로서도 어느 한쪽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기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치명적인 타격을 입혀야 향후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에 양사 모두 이번 소송에 전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 결과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섣부른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앞서 열린 가처분 소송이 먼저 소송을 제기한 쪽의 입장을 적극 반영하는 반면 본안소송은 가처분 소송과는 별개로 심리와 재판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의 안방인 미국에서 소송이 열리는 데다 상대적으로 미국 법원이 디자인 특허에 관대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단은 애플에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본안소송에 앞서 양사는 자신들의 입장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등 치열한 신경전을 전개했다. 애플은 최근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서 삼성전자의 특허 침해로 25억2,500만달러(약 2조9,000억원)의 손해를 봤다고 강조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향후 디자인 특허를 사용할 때마다 단말기 하나당 90~100달러(약 10만~11만원)의 특허사용료를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삼성전자 역시 애플이 통신 특허를 침해한 만큼 애플 기기 하나당 2.4%의 로열티를 제시했다. 올 2∙4분기 애플이 2,600만대의 아이폰을 판매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애플은 지난 분기에만 3억7,500만달러(약 4,300억원)를 삼성전자에 지급해야 한다.
문송천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특허 로열티 지급을 둘러싸고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기존 특허소송을 봤을 때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승소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양사 모두 협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적당한 선에서 타협점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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