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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난 겪는 대주주 약점악용 기업 경영권뺏기 성행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로 자금난에 허덕이는 대주주의 약점을 악용, 기업의 경영권을 찬탈하는 행위가 성행하고 있다.이같은 경우는 특히 회생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이나 성장성 있는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만연되고 있어 경제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IMF 이후 소유권을 놓고 분쟁이나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들은 무선통신용 갈륨비소반도체 전문생산업체인 CTI반도체를 포함, 수십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중소·벤처기업들을 대상으로 경영권 찬탈 행위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은 IMF이후 기업 투명경영이 부각되면서 기존 대주주들의 그릇된 경영약점을 이용하면 쉽게 기업경영권을 뺏을 수 있다는 계산때문으로 풀이된다. CTI반도체의 법인 대주주였던 CTI(대표 김수일·金秀一)는 최근 대주주와 합작회사의 분쟁을 틈타 일부 임원들이 CTI 보유주식을 CTI반도체에게 불법으로 양수도해 큰 피해를 입었다며 CTI반도체 전 대표이사 최문철(崔文哲)씨 등 전 임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CTI반도체는 지난 94년 설립이후 갈륨비소 반도체 등 지속적인 첨단 정보통신제품 개발로 매출액을 96년 168억원에서 97년 780억원으로 끌어올리는 등 매년 100~300% 가까이 급성장을 해 온 대표적인 벤처기업이다. 그러나 IMF이후 자금난에 봉착, 지난해 8월 화의를 신청했다. ◇CTI반도체 사례=문제의 발단은 CTI가 지난 95년 무선랜카드 전문업체인 ㈜레이컴을 설립하면서부터 생겼다. 부품과 자금을 지원키로 했던 레이컴의 합작선인 미국 레이시온사가 당초 약속한 제품에 대한 품질개선 및 자금지원을 하지 않아 레이컴은 품질불량에 따른 재고가 눈덩이 처럼 쌓였고 이는 곧바로 CTI그룹의 엄청난 자금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CTI는 주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CTI반도체의 일부 임원들이 창업주인 김훈(金勳) 전 대표이사를 몰아내고 경영권을 빼앗자고 나섰다는 것. 특히 레이시온측이 「레이컴이 다른 계열사에 대해 지급보증을 하고 관계회사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점을 문제삼아 金대표를 경영일선에서 퇴임시키는데 편승, 金대표를 물러나도록 했다는 주장이다. 또 金대표가 물러나자 CTI반도체의 경영권을 완전 장악하기 위해 CTI가 보유하고 있던 CTI반도체 주식 20%를 이사회 의결도 없이 CTI반도체로 넘기는 불법 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고 CTI측은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CTI측의 주장에 대해 고발당한 崔 전 대표이사측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崔 전 대표측은 기자와의 접촉을 피했다. 또 CTI반도체는 『양측의 공방은 양자 기업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간여할 바가 아니다』면서 『지금 당장은 회사의 소유권을 누가 가지느냐보다 회사를 살리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밝혔다. ◇문제점과 업계 반응=CTI의 경우 수많은 임직원과 투자자, 채권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수많은 종업원들이 일자리를 잃은데다 지난 97년 3월 코스닥 시장에 등록, 8,000원~1만3,350원대를 기록하던 CTI반도체의 주가가 최근 2,000원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국가경제적인 차원에서의 피해도 막대하다. CTI는 화합물 반도체 일관가공(FAB) 사업을 위해 충북 음성군에 5억달러를 투자해 설립키로 했던 세계 최대규모의 갈륨비소 웨이퍼 가공공장설립이 무산지경에 몰렸다. CTI반도체도 마찬가지다. CTI와 일부 임원들과의 법적공방이 지속돼 외자유치 등을 통한 자력회생 방안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례는 CTI의 성장가능성을 믿고 투자한 소액주주 피해는 차치하고 국가차원에서의 부정적인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특히 다른 반도체 공장과는 달리 투자비가 10배이상 적고 수익률이 10배이상 높은 FAB공장 설립지연과 국내 유일의 갈륨비소 반도체업체의 자금난은 수출 등에 막대한 차질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IMF이후 유망 벤처기업들이 일시적 경영난때문에 경영권을 빼앗기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개별기업 차원에서의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정부가 나서 제도적인 장치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진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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