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약세가 계속되고 있지만 전세계 수요가 미진하고 각국의 수출경쟁이 과거보다 치열해져 수출은 크게 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곽준희 한국은행 국제종합팀 조사역은 13일 '엔저의 수출 파급효과 제약요인 분석' 보고서에서 엔화로 환산한 지난해 일본의 수출 총액은 9.5% 증가했으나 이는 엔저로 총액만 불어난 것일 뿐 물량은 오히려 1.5% 감소했다고 밝혔다. 엔화 약세가 시작된 지난 2012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의 통계를 봐도 엔화 가치는 14.9%나 떨어졌으나 수출물량은 1.6% 줄었다.
보고서는 세계 경제 성장세가 2008년 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서지 못해 일본의 주력 수출품에 대한 수요가 미진한 것이 1차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수출의 63%를 차지하는 기계·기기류 수출 물량은 지난해 3.9% 감소했다. 또 중국 등 신흥국의 수출품이 고급화돼 세계 수출시장에서 일본 제품과의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한 원인이다. 중국의 수출상품 중 고기술 집약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30.3%에서 2012년 40.8%로 증가했다.
이외에 일본이 세계시장의 수요구조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일본과 선진국의 무역보완도 지수는 2000년 0.59에서 최근 0.5까지 하락했다. 이 지수는 한 나라의 수출품과 상대국의 수입품 간 일치 정도를 보여주는 것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양측의 교역 연관성이 낮다는 뜻이다.
이원기 한은 국제종합팀장은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과 일본은행(BOJ)의 추가 양적완화 등으로 엔화 가치가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국제금융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경우 일본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제품 가격을 인하하고 투자를 확대해 신제품을 개발할 수 있으므로 우리 기업들이 사전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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