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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강제 짝짓기와 빅딜
입력1999-01-05 00:00:00
수정
1999.01.05 00:00:00
金容元(도서출판 삶과꿈 대표)누구나 자기요구를 당당히 할 수 있는 요즘 세상에 「강제결혼」이라는 말은 어느 역사소설에서나 나옴직한 일이다. 어쩔 수 없는 기막힌 사연 때문에 당사자의 의사가 무시된채 짝짓기가 강행되는 스토리 전개가 상례(常例)이다. 근래에도 권력과 돈에 얽힌 정략결혼 같은 것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 때에도 당사자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는 형식을 밟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본인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득과 뜸들이는 과정을 거쳐야 뒤탈이 없다. 만일 그렇게 안했을 경우에는 당사자들이 튀거나 반발해서 종내 비극적인 종말로 끝나는 것을 우리들은 많이 보아왔다. 강제라는 것은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절대권력의 특성이다.
『쌩쌩한 면도날, 힘 좋은 전기면도기로 수염을 밀어봐라. 말끔하게 깎이는 것 같아도 다음 날이면 또 돋아날 것을····.』
「아침 이슬」의 노래를 애창하며 반독재 민주화운동을 주도하던 사람들이 종종 인용하던 말이다. 봄이 찾아와 온천지에 파릇파릇 솟아오르는 풀잎들을 다 어떻게 제거할 것이냐는 비유였다.
최근 어떤 원로 경영학교수는 요근래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재벌 빅딜을 강제결혼 시키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밀어붙이면 별수없이 성사(成事)될 것 같아도 상당한 희생이 따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리(事理)의 옳고 그른 것, 전체적인 이해득실에 관계없이 우선 부모를 원망하고, 자기들의 의사를 강압하는 어떤 작용에 반항하는 태도가 거셀 것이라는 지적이다. 원만하지 못하다면 무엇을 위한 결혼이냐, 누구를 위한 결혼이냐는 항변을 받게 된다. 더구나 그러한 강제결혼에 이의를 가졌다는 이유로 정부 고관, 해당회사 사장이 면직되는 사태이고 보면, 시한부(時限附)로 제시된 짝짓기가 틀림없이 강행될 듯하다. 빅딜에서 흡수당하는, 꿀려 들어가는 직원들이 연일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다지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소유와 경영이 분리안된 현실에서 자율권이 용납될 리도 없고, 누가 주인이냐고 소리친들 아무런 메아리가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사태수습을 위해 급히 발령을 받은 어떤 빅딜 대상 회사의 사장은 사내 E메일을 통해『빅딜에는 문제가 있고, 무리하게 진행되고 있다. 빅딜과 관련한 직원들의 생각에 기본적으로 공감한다』고 전제한 후『여러분의 뜻을 전폭 지지하며, 모든 일을 여러분의 입장에서 주어진 역할을 다하겠다. 조건이 맞지않아 빅딜이 철회된다면 그룹으로 복귀하거나 독자생존의 길을 걸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빅딜이 성사된다면, 가능한 한 많은 인원의 고용승계와 고용보장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권익보장에 도움이 된다면 나도 따라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랑에 울고 돈에 울고」와 같은 어떤 연극 주인공의 답답한 대사(臺詞)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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