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그룹이 우여곡절 끝에 웅진코웨이를 매각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번에는 웅진케미칼 지분 인수를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웅진그룹은 MBK파트너스에 웅진코웨이를 매각하면서 웅진케미칼 지분 46%를 그룹에서 사들이기로 했지만 최근 그룹의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자 이 지분을 일정 기간 맡아 줄 투자자를 찾아 나선 상태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로부터 오는 10월 말까지 사들이기로 한 웅진케미칼 지분 46.3%(2억1,464만주)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웅진그룹은 이 지분을 일단 매각한 뒤 유동성이 개선되면 다시 사들이는 방안을 희망하고 있다.
웅진그룹이 웅진케미칼 지분 매각에 나서는 것은 그룹 내 유동성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웅진그룹은 MBK파트너스에 웅진코웨이를 매각하기에 앞서 지난 5월 웅진코웨이가 보유하고 있는 웅진케미칼 지분을 1,782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당초 계획은 웅진코웨이 매각대금 일부로 지분을 사들이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지분양수 예정일을 7월27일에서 웅진코웨이 매각완료 예정일(9월28일)보다 한 달가량 늦은 10월27일로 변경해 시간을 벌어놓은 상태다.
문제는 1조원가량의 코웨이 매각자금이 들어와도 케미칼 지분 인수에 사용할 여력이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세금을 제외하고 웅진홀딩스로 유입되는 코웨이 매각자금은 약 1조6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대부분이 극동건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상환 등으로 채권단에 넘어가도록 돼 있어 자금 사정에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웅진그룹이 웅진코웨이 매각 후 즉시 상환해야 할 부채규모가 5,690억원에 달하고 내년 6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를 모두 합치면 1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여기에 극동건설이나 웅진에너지 등 자회사에 자금을 추가로 투입하려면 리파이낸싱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한 IB업계의 관계자는 "웅진코웨이 매각 이후에는 리파이낸싱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믿었지만 매각자금 대부분이 10월이면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며 "웅진그룹으로서는 웅진케미칼 지분 인수계획을 철회하고 MBK파트너스에 웅진케미칼 지분까지 함께 넘기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문제는 MBK파트너스가 케미칼 사업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웅진그룹이 원하는 차선책은 사모펀드(PEF)에 30% 이상의 웅진케미칼 지분을 매각하고 그룹 내 유동성이 개선되면 이를 되찾아오는 것. 이에 따라 웅진코웨이 인수전에 참여한 PEF를 포함한 다양한 후보군을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웅진그룹은 현재 태양광 관련 계열사인 웅진폴리실리콘과 성인 직업교육 계열사 웅진패스원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데 웅진케미칼은 현재 시장에 매물로 나온 다른 웅진그룹 계열사에 비해 상황이 그나마 낫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웅진케미칼은 화학섬유 계열사로 산업∙광학용 폴리에스터 소재와 정수기∙상하수처리용 필터를 주로 생산하는데 특히 수처리 필터 부문에서는 세계 3대 메이커로 꼽힌다. 화학업황 악화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80% 가까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2008년 이후부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흑자를 내고 있고 웅진코웨이 등 안정적인 고객사를 기반으로 필터 사업의 성장성도 높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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