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만 해도 한국인들은 창의적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심지어 미국보다도 창의적인 것 같습니다."
최근 방한한 트로이 멀론(사진) 에버노트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장은 "한국에서 서울대를 졸업하고 벤처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지 않았느냐"며 "리스크를 감수하고 벤처를 하면 더 '큰 일(Big thing)'을 할 수 있다는 마인드가 생겨나는 것 같다" 고 말했다. 멀론 사장은 미국 유타 주의 브리검영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지난 1990년대 초반 한국에서 총 3년간 거주한 실리콘밸리의 '지한파'다. 벤처투자와 벤처 창업을 경험한 후 현재 스마트폰과 PC 등 여러 기기에서 메모하고 수정할 수 있는 '에버노트' 애플리케이션을 아시아 시장에서 더 널리 알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18년 간 한국어를 거의 안 써서 지금은 잘 못한다"면서도 유창한 한국어로 티켓몬스터의 신현성 대표, 박재욱 VCNC 대표를 한국 신생 벤처의 대표 주자들로 꼽았다. 신 대표는 지난 2010년 창업해 국내에 소셜커머스 열풍을 일으키며 500억원대의 월매출을 올리고 있다. 박 대표는 연인 간의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비트윈(Between)'을 서비스하고 있다. 비트윈은 미 엔젤투자자 제이슨 캘러캐니스가 "왜 나는 이런 생각을 못 했는지 모르겠다"며 극찬해 주목을 받았다.
멀론 사장은 한국의 벤처환경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신생 벤처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실제 성공으로, 또 더 다양한 벤처의 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아이디어 하나만으로도 투자를 받고, 수차례의 실패 끝에 결국 성공하지만 한국에선 한 번 실패하면 끝"이라며 "투자하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나타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현성 대표처럼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이 엔젤투자자로 변신하고, 자신과 비슷한 신생 벤처들에 투자하는 에코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아이디어'다. 멀론 사장은 "구글, 애플 등이 손대지 않은 틈새 시장을 찾거나 이미 있는 서비스라도 충분히 개선해 내놓는다면 그것도 기회"라고 말했다. 에버노트 역시 '기록한다'는 콘셉트에서 출발해 휴대전화와 컴퓨터, 태블릿PC에서 마음대로 기록하고 수정하고 검색할 수 있는 디지털 서비스를 내놨고, 현재 전세계 2,700만 이용자를 확보했다. 엇비슷한 사진 공유 서비스들 중에서 사진 필터 기능으로 차별화에 성공한 '인스타그램'도 또 다른 사례다. '최고의 마케팅은 잘 만든 제품 그 자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에버노트는 1, 2개월 내로 한국 지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멀론 사장은 "꾸준히 한국 기업, 개발자들과 협력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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