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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신기술로 대박 난 한국기업
세코, 수요기업 맞춤 신기술로 날갯짓[밀고 끌고 기술 상생] 대-중기 성공사례 세코호남화력과 수시로 소통굳지 않는 석탄 급탄관 개발편의성 높이니 러브콜 쇄도
함안=연유진기자 economicus@sed.co.kr
송용섭(오른쪽) 세코 대표와 임직원들이 석탄 공급을 원활히 해주는 설비인‘막히지 않는 석탄저장소 및 급탄관’ 앞에서 기술회의를 하고 있다. /연유진기자
10일 경남 함안군에 있는 제철 및 발전설비업체 세코(SECO)의 공장. 실제 화력발전소에 설치된 설비와 같은 크기로 제작된 높이 10m의 석탄저장소와 급탄관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시운전을 위해 설비의 스위치를 켜자 설비를 둘러싼 다중충격장치가 '꽝, 꽝, 꽝' 소리를 내며 급탄관(화로에 석탄을 공급하는 관)을 두드렸다. 그러자 20톤에 이르는 무게와 습기 탓에 딱딱하게 굳었던 석탄이 잘게 부숴지기 시작했다. 석탄 흐름이 멈춰버리면 60~70도가 넘는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직원들이 직접 연장을 들고 달려들어야 했던 발전소내 '비상상황'을 손쉽게 해결할 길이 열린 것이다.
이 회사의 송종섭 기술연구소장은 "화력발전소에서 저장소나 급탄관에 있는 석탄이 굳어 제대로 공급이 안되면 발전이 정지될 우려가 있다"며 "세코는 이런 불편을 해소하는 막히지 않는 석탄저장소와 급탄관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말했다.
세코가 지난해 이 기술개발에 성공한 데는 중소기업청의 '상용화 기술개발사업'이 큰 힘이 됐다. 개발비 총 5억원을 지원받고 자체 자금 약 8억원을 투입해 2년 만에 신기술 개발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공동 사업참여기관이었던 한국동서발전 산하 호남화력도 큰 도움을 줬다. 개발과정에 참여해 사용자 측면에서 세코의 신기술이 '죽은 기술'이 되지 않도록 조언을 한 것. 송 소장은 "내부 구조물을 회전시키는 방식의 초기 석탄저장소를 보고 호남화력 담당자가 '효과는 좋지만 이 설비를 붙이기 위해 전체 석탄공급장치를 다 뜯을 수는 없으니 설치가 어렵겠다'다고 알려왔다"며 "그 의견이 일리가 있다고 판단해 기존 장치에 비교적 손쉽게 설치할 수 있도록 설계를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호남화력측의 건의로 내부의 석탄 흐름이 없으면 자동으로 장치를 작동시키는 센서도 부착해 사용자 편의성을 높였다. 그는 "수시로 수요기관과 진행상황을 공유하고 의견을 물어서 반영한 게 실제 구매가 이뤄지도록 한 성공요인"이라며 "아무리 구매조건부 개발이라지만 제품 성능 떨어지거나 설치가 곤란한 경우에 수요기관들도 구매를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신기술로 인한 매출 확대도 본격화됐다. 올들어 호남화력 발전소 1기에 세코의 설비를 도입한 데 이어 지난달 동해화력이 4기를 구매하고 싶다고 연락해왔다. 제품 도입 후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면 '러브콜'을 보내는 화력발전소들이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세코측은 기대하고 있다.
송용섭 대표는 "3개월 내 중기청의 성능인증을 받기 위해 준비 중"이라며 "현재는 협약기관인 동서발전에만 장치를 공급할 수 있지만 성능인증을 받으면 전국 발전업체로 판로가 열린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내년 세코는 저열량탄, 폐목 등을 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유동층 보일러에 쓰이는 '막히지 않는 스크리닝(screening) 장치'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미 기초기술을 확보하며 관련 분야 선도업체로 올라섰다는 자신감 덕이다. 송 대표는 "세코는 기존에 없는 창조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가 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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