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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셜플랜과 한국의 현실/폴A새뮤얼슨 미 MIT대 교수(송현칼럼)

자본주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가장 성공적인 정책중 하나로 꼽히는 마셜플랜의 50주년 기념식이 최근 열렸다. 1947년 5월 조지 마셜 당시 미 국무장관은 하버드대 명예박사 학위수여식에서 전후 피폐된 유럽을 복구하고 유럽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미국이 대규모 원조를 하겠다고 발표했다.정부원조 프로그램은 의도는 좋지만 실수와 낭비로 끝나기 십상이다. 그러나 1948년과 1952년사이에 시행된 마셜플랜은 유럽경제를 소생시킨 대성공작이었다. 한국은 과거 동서독이 통일할때 겪었던 문제를 앞으로 경험하게 될 것이다. 파탄상태에 빠진 북한과 결합해야 하는 엄청난 도전을 맞고 있는 것이다. 마셜플랜의 성공은 한국인들에게 큰 교훈을 줄 것이다. 훌륭한 인품의 조지 마셜 장군은 2차대전 당시 미합참의장이었다. 그는 1944년 유럽공격에 참가해 승리의 장군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워싱턴에 남아 영예를 양보했다. 하버드대가 2차대전 초기에 명예학위를 주겠다고 했을때 그는 『부하들이 목숨을 걸고 전장에서 싸우고 있는데 개인적인 명예를 위해 근무지를 이탈할 수 없다』며 사양했다. 2차대전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마셜을 국무장관에 임명했다. 1947년 유럽은 가장 추운 겨울을 맞이했다. 유럽은 온통 폐허로 뒤덮여 있었다. 유럽을 구할 수 있는 나라는 당시 세계 GNP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뿐이었다. 전문가들은 2천억달러(97년 현재 달러 구매력기준)의 대 유럽원조계획을 작성했다. 마셜은 이 계획을 하버드대에서 발표했다. 트루먼정부는 민주당이고 의회는 공화당이 잡고 있었다. 그러나 마셜의 호소는 초당적인 협력을 불러일으켜 마셜플랜을 통과시켰다. 소련과 인접해 있는 유럽이 혼돈에 빠진다면 장기적으로 미국의 국익은 손상을 받게 되어 있었다. 당초 소련과 그 위성국가들도 마셜플랜에 포함되어 있었으나 속임수를 경계한 스탈린은 공산권의 참가를 거부했다. 그것은 스탈린의 치명적인 오산이었다. 대규모 원조를 받은 독일, 프랑스, 영국, 덴마크, 노르웨이 등 서유럽국가들은 미국의 요구대로 관료조직을 혁신했다. 마셜플랜이 끝난 1952년 장 모네가 주창한 유럽공동시장이 탄생했다. 마셜플랜의 다자간 협력과 조정정신이 계승된 것이다. 마셜플랜이 한국을 포함해 세계에 남긴 교훈은 무엇인가. 당시 유럽에서 풍부한 자금공급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아니었다. 그러나 유럽은 대규모 경제지원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장경제를 정착시켜 놓고있었다. 독일과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 전시의 궁핍과 시장에 대한 제도적 간섭이 사라지고 근면성과 창의적인 혁신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런 터전위에 원조가 실행되자 유럽경제는 빠른 시간내 전전 수준을 회복할 수 있었다. 미국과 유럽의 생산력 격차는 계속 줄어들었다. 미국 따라잡기는 60년대이후 일본, 한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에서 일어났다. 북한이 시장경제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점은 성공적인 통일에 엄청난 걸림돌이 될 것이다. 우리는 역사를 다시 쓸 수 없다. 마셜플랜이 없었다면 유럽이 가난의 나락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또 유럽공동시장과 유럽연합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마셜플랜은 완전한 성공작이다. 마셜플랜은 서유럽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고 서유럽이 대서양에서 철의 장막(1989년 이전)에 이르는 거대 공동시장으로 확대되도록 했다. 서독에서 동독으로 막대한 자금이 이전되지 않았더라면 독일의 통일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 부담은 더 클 것이다. 돈이란 벌기보다 잘 쓰기가 더 힘들다. 50년전의 마셜플랜을 음미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노벨경제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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