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0년 3월 현대중공업의 전신인 현대건설 조선사업부가 발족했다. 현대건설은 1971년 겨울 울산조선소를 건설하고 이듬해 초대형 원유운반선 2척을 수주하며 사업성장의 첫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국내 조선산업이 막 걸음마를 떼던 1974년 11월. 현대중공업은 다목적선을 한번도 건조한 경험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나이티드아랍시핑컴퍼니(United Arab Shipping CompanyㆍUASC)로부터 2만3,000톤급 다목적선을 15척이나 수주했다. 당시 인연을 맺은 이가 바로 고(故) 윌리엄 존 덩컨 UASC 기술 총책임자다. 이때부터 덩컨은 현대중공업이 다목적선을 건조하는 동안 한국을 수시로 방문해 선박 건조에 필요한 도면 설계와 건조를 지도했다. 1970년대에는 국내 조선소 건설과 선박 건조가 초기였던 만큼 선박 설계와 건조기술 노하우를 유럽 등 선진국에 의존해야 했다. 해외 조선소과 기술ㆍ판매 협조계약을 맺고 외국인 기술자에게 관련 기술을 배워야만 했던 것. 이때 쌓은 기술은 개별 조선소는 물론 국내 조선산업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덩컨은 이런 상황에서 기술지도를 계속 총괄해 현대중공업이 약 5~6년 동안 30여척의 선박을 성공적으로 짓는 데 결정적 공헌을 했다.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덩컨이 다목적선 첫 건조 당시 우리나라 기술자들과 각별한 관계를 맺어 기술전수에 헌신적이었다고 기억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그는 우리나라 기술자들이 설계ㆍ건조기술을 익히는 데 적극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덩컨은 현장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해 초기 한국 조선산업의 설계ㆍ건조기술 발전에 많은 기초를 제공한 주인공으로 추앙받고 있다. 현재 현대중공업이 대내외에서 글로벌 위상을 지니는 데도 덩컨이 어느 누구 못지않은 역할을 했다는 게 조선업계의 평가다. 이에 힘입어 현대중공업은 유조선과 다목적선의 수주를 시작으로 컨테이너선, 자동차운반선, 한국형 구축함, 석유시추선 등 다양한 선박을 수주ㆍ건조하고 있다. 무역협회의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조선산업은 국내 수출과 무역수지에 기여하는 국내 주력 산업 분야"라며 "덩컨과 같이 국내 조선산업에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해준 선진 기술자가 있었기에 1970년대까지 조선산업 불모지였던 우리나라가 세계 1위의 조선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수상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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