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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없는 전쟁 시작됐다/「동시공학」등 적용 신제품 출시기간 단축

◎2000년 관련제품 무관세로 경쟁 가속화/미래 경쟁력의 ‘바로미터’… 기술개발 앞다퉈글로벌 정보시대다. 혁명적으로 발전을 거듭하는 정보기술 앞에 시간과 공간의 장벽은 여지없이 무너진다. 국가간을 잇는 초고속정보통신망, 인터넷으로 세계에서 연결되지 않는 것은 빠르게 사라져 간다. 때맞춰 세계 정보통신시장을 전면 개방하려는 국제규범이 가시화되고 있다. 기본통신시장이 활짝 열리는 것도 이젠 멋 훗날의 일이 아니다. 2000년부터는 모든 정보통신제품에 대한 관세가 철폐된다. 우리시장, 남의 시장 구분이 없어진다. 소비자는 우리 전화회사가 맘에 안들면 외국회사에 가입할 수도 있게 된다. 국경없는 정보통신전쟁의 무대를 살펴본다.<편집자주> 뉴욕의 리츠 칼튼호텔에 묵은 고객이 레스토랑에서 백포도주와 얼음을 주문하면 그 고객은 도쿄에 있는 리츠 칼튼호텔에서는 얼음을 주문하지 않아도 같은 서비스를 받게 된다. 어디를 가도, 몇달 몇년이 지나도 마찬가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리츠 칼튼호텔은 고객의 신상정보는 물론 좋아하는 음식이나 식사습관까지 데이터베이스(DB)화 한다. 이를 전세계에 있는 호텔체인에서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로 연결해 놓았다. 고객이 전세계 어떤 호텔체인을 방문해도 고객정보를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고객을 꽉 붙잡아두는 「고정화전략」이다. 세계 최대의 항공기 제작사인 미국 보잉이 개발한 차세대 대형항공기 B777이 태평양상공을 날기 전에 수 만건의 설계도면이 먼저 태평양을 횡단했다. 보잉은 B777을 일본의 관련업체들과 공동개발하기 위해 태평양을 가르는 광케이블로 해저 정보고속도로를 구축, 참여업체들의 컴퓨터를 모조리 연결시켰다. 이를 통해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흩어져 있는 개발팀들은 도면·부품·관리정보를 완전히 공유하면서 리얼타임으로 B777설계를 동시에 진행했다. 개발기간을 종전보다 1년6개월이나 단축하고 설계변경과 오류발생건수를 75%나 줄인 것은 초고속 정보고속도로의 위력이다. 요즘 재계에 성가가 드높은 대우그룹의 세계경영에는 정보통신이 숨은 공신이다. 대우자동차가 처음으로 자체개발한 신차 「라노스」의 엔진은 영국 워딩연구소, 차체는 독일 뮌휀연구소, 차체디자인은 이탈리아에서 각각 개발한 것이다. 개발기간은 30개월로 평균보다 6개월 이상 단축했다. 이는 각 연구소를 잇는 글로벌 정보통신망을 통해 「동시공학(Concurrent Engineering)」기법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리츠 칼튼과 보잉, 대우자동차는 정보통신의 활용을 글로벌차원으로 확대한 기업들이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시대에 도태된다는 것을 웅변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지금 세계는 사이버 이코노미(Cyber Economy·가상경제), 사이버 코뮤니티(Cyber Community·가상공동체)로 급속히 이행하고 있다. 전자공간에서 경제활동이 이뤄지고 시장도 열린다. 또 전자공간은 정보사회의 새로운 공동체로 정착돼 가고 있다. 사이버 이코노미와 사이버 코뮤니티에서 물리적 국경은 의미가 없다. 「개방」을 본질로 하는 사이버 이코노미에서 열지 않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 전자공간의 경제는 의사소통, 의향교환 수준을 넘어 앞으로 계약과 금융, 유통 등 전자상거래를 일상화시킨다. 21세기형 분업구조 「동시공학」은 기업의 연구개발과 제품생산도 전자공간에서 이뤄질 것임을 예견케 한다. 네트워크로 열리고,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경제에선 「경쟁력」의 개념이 달라진다. 폐쇄적인 연구소내에 켜켜이 쌓인 노하우는 더 이상 빛을 발할 수 없다. 과거에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기술을 가진 「IBM」이나 「제록스」같은 기업이 통했다. 그러나 사이버 경제시대의 새로운 강자인 「닌텐도」나 「넷스케이프」같은 기업은 더 이상 IBM스타일이 아니다. 그들은 시장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술혁신을 추구하기 보다 기존기술을 결합한다. 사이버 경제에 살아남는 기업들은 부가가치 창출 방법과 사업기회를 먼저 포착한다. 필요한 기술을 찾는 것은 그 다음이다. 철저한 수요·시장중심전략이다. 대만의 세계적인 PC업체인 「에이서」가 갖고 있는 경쟁력은 「패스트푸드(Fastfood)스타일」이다. 마치 햄버거를 만들듯이 모든 부품을 모듈화하여 시장의 수요에 신속히 대응하면서 그때그때 조립생산하는 전략이다. 최근의 흐름, 「네트워크형 기업」은 이처럼 「연결과 결합」을 추구한다. 기업은 소규모단위로 분할돼도 상관없다. 시공의 장벽을 뛰어넘는 정보통신네트워크만 있으면 조직의 분할은 아무 문제가 안된다. 핵심은 자신이 가지면서 부족한 것은 제휴나 전문기업과의 결합으로 보완한다. 네트워크형 기업의 출현은 또 시장이 원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인터넷·PC통신으로 쉽고 효율적으로 상품구매정보를 획득한다. 심지어 소비자가 직접 메이커와 거래하기도 한다. 「가장 주목할만한 미래산업」으로 인터넷을 꼽은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인터넷을 통한 상품구매가 95년 1억달러에서 2000년대 초에는 1천8백6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았다. 인터넷과 온라인서비스 이용자는 96년 5천만명이었으나 2천년에는 1억2천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리츠 칼튼의 전략과 대우의 동시공학은 네트워크에 의한 연결구조를 갖지 못한 기업이 처절한 생존싸움에서 사멸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메시지다. 네트워크와 정보의 활용은 기업의 문제만이 아니다. 개인 뿐 아니라 한 국가차원에서도 정보통신의 힘은 경쟁력의 바로미터다. 선진 각국이 국가사회 정보화에 혼신의 힘을 쏟고, 초고속정보통신기반 구축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일반상품은 물론 금융, 유통 등 경제 각분야에서 자유무역을 추구하는 WTO(세계무역기구) 규칙에서는 앞선 정보와 초고속통신망에 대한 신속한 접근이 경쟁자를 이기는 비결이다. 더구나 오는 2월15일 기본통신협상이 타결됨으로써 세계 각국의 기본통신시장이 활짝 열리게 된다. 또 ITA(정보기술협정)에 의해 2000년부터 모든 정보통신제품의 교역에는 무관세화가 실현된다. 곧 눈앞에 펼쳐질 이같은 현실은 무조건 열린 경제를 요구한다. 닫아놓고 움츠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글로벌 경쟁에서 물리적 국경은 아무 의미가 없다. 결국 우리가 취해야 하는 전술과 전략은 먼저 열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21세기 열린 정보사회에 국가와 기업, 개인의 새 명제는 이렇다. 「연결한다, 고로 존재한다.」<이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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