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6월 2일까지 세계 ICT 기업의 상위 10개 M&A 거래규모는 약 1,400억달러로, 이 가운데 반도체 기업 간 인수금액은 720억달러를 넘어서며 54.6%를 차지했다.
싱가포르 반도체 기업 아바고테크놀로지는 지난 5월 367억달러를 주고 미국의 통신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을 인수하기로 했다. 이는 ICT 업계를 통틀어 사상 최대의 거래이다.
HP반도체 사업부문 분사로 탄생한 아바고는 무선 와이파이와 기업 데이터 스토리지 칩 제조에 주력해왔다. 아바고는 LSI코퍼레이션을 인수해 네트워크칩과 메모리로 영역을 확장한 데 이어 올해 초 네트워킹기업 에뮬렉스를 인수하는 등 2013년 이후 6개 기업을 흡수하며 외연을 확장해왔다. 합병회사는 매출액 기준 123억5,000만달러, 점유율 3.7%를 확보하며 반도체 시장에서 6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일에는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이 칩 전문기업 알테라를 약 18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인수는 PC산업 침체로 성장잠재력이 둔화된 인텔이 새로운 수익원 발굴을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인텔은 이번 합병으로 알테라의 통신장비용 프로그래머블 반도체(제품에 따라 기능을 변경할 수 있는 반도체) 기술력을 확보, 자동차와 통신장비 및 데이터센터용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IoT에 대응해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3월에는 네덜란드의 종합 반도체 기업 NXP반도체가 경쟁사인 미국의 프리스케일을 약 173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자동차, 네트워킹 반도체 부문을 이끄는 두 회사는 합병 후 IoT 시장을 주도하며 특히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합병사는 매출액 100억6,800만달러, 점유율 2.9%로 세계 반도체 시장 9위에 오르고 차량용 반도체 부문에서는 약 38억달러, 12.7%로 1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움직임은 최근 PC시장의 정체 혹은 축소 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됨에 따라 한계를 극복하고 IoT 시대에 부합하는 성장동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PC·서버 시장은 인텔, 모바일 부문은 퀄컴이 최강자로 꼽히는 등 지금까지 세계 반도체 시장은 분야별로 특화된 업체가 포진한 양상이었다. 그러나 모든 IT 기기가 연결되는 IoT 시대에는 기기마다 정보 교환과 공유, 분석이 가능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센서, 메모리를 갖추고 이를 한 데 모으는 ‘반도체 융합’이 필수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업체도 수익원 확보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전략적 M&A를 구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는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세계 메모리 시장점유율 70%에 이르는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지금은 급변하는 시장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캐시카우(수익창출원) 확보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이어 “메모리와 비메모리 분야 융합에 대비해 미래 비즈니스 영역을 선제적으로 발굴할 필요가 있다”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뿐만 아니라 향후 성장잠재력이 높은 프로그래머블 반도체와 자동차용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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