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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기관 삼성그룹주 대거 사들여… 모멘텀 부재 증시 활력소 기대

'합병 시총' 현대차 앞질러… SDS 등 계열사도 강세<br>美 금리인상 우려 따른 증시 하락 압력 약해질 듯<br>그룹 지배구조 개편 가속으로 관련주 상승탄력 예상


27일 유가증권시장은 삼성그룹주의 날이었다. 합병 소식이 전해진 제일모직(028260)과 삼성물산(000830)이 나란히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삼성생명(032830)·삼성SDS 등 다른 삼성그룹주들 역시 강세를 보였고 거래도 폭발했다. 기관투자가들도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관련된 종목들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시장에서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최근 모멘텀을 찾지 못했던 국내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상한가를 기록하며 각각 14.98%(2만4,500원), 14.83%(8,200원) 오른 18만8,000원, 6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에스디에스(018260)(6.98%), 삼성SDI(3.28%), 삼성생명(1.75%), 삼성전자(005930)(0.89%) 등 다른 삼성 계열사들도 강세로 장을 마감했다.

삼성그룹주의 거래도 폭발했다. 이날 제일모직(4,581억), 삼성물산(3,842억), 삼성SDS(2,350억원) 등 삼성그룹 지배구조 관련주 3개사의 거래대금만 1조774억원에 달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의 총 거래대금이 6조3,000억원가량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전체 거래대금의 6분의1을 차지한 셈이다.

특히 기관투자가들이 삼성그룹 지배구조 관련주를 집중 매수했다. 삼성물산의 경우 기관투자가들은 11거래일 연속 팔아 치웠지만 이날은 469억원어치를 사들였고 삼성SDS 역시 5거래일 연속 매도세에서 645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제일모직도 74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시장전문가들은 이날 나타난 삼성그룹주의 활발한 거래가 미국 금리인상 우려에 따른 한국증시의 하락압력을 낮춰줄 것으로 예상했다. 모멘텀 공백 상태에 놓였던 증시가 이번 대형 합병을 계기로 활력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삼성의 합병 이슈가 없었더라면 재닛 옐런 발언 부담으로 지수가 꽤 많이 빠졌을 것"이라며 "시가총액이 큰 삼성그룹주들이 크게 오르며 지수 낙폭이 제한됐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단순해지고 경영의 효율성이 높아져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평가했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합병 법인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기업"이라며 "양사 합병은 패션·건설·레저 등 기존 사업의 확대 및 바이오·헬스케어 등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이 삼성전자를 안정적으로 지배하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이 순차적으로 일어날 것"이라며 "제일모직이 목표주가 20만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많고 합병비율을 고려하면 삼성물산 주가도 오름세를 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우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이 삼성그룹의 신사업인 바이오 사업을 맡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4.9%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46.3%를 갖고 있는 제일모직과 합병하면 확실한 자회사로 자리잡게 된다"고 말했다.

앞으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라 관련주들의 주가가 들썩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선 주주들의 반대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재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또 삼성의 지속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 지주회사나 중간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급등도 양사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보다는 향후 지배구조가 양사에 이로운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삼성물산의 저평가 인식이 합쳐지면서 나타난 결과"라며 "추가적인 변화 기대감이 상승세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삼성물산의 외국인 지분 비율이 33.95%에 달해 앞으로 외국인 주주들 움직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투자가의 특성상 주주친화 정책 등에 대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사업지주회사로서 고배당 정책의 여지가 있고 지분 가치가 높다는 측면을 고려해볼 때 외국인투자가들이 배당 확대 등 주주친화 정책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오는 7월 예정된 합병 주총에서 그들의 목소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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